[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뉴욕증시가 등락을 거듭하다 결국 혼조세로 마무리했다. 유로존과 미국 경제지표 부진, 애플의 주가 약세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실적 호조 덕에 지수 급락세는 일단 진정됐다.
25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전일대비 58.73포인트, 0.47% 상승한 1만2676.05로 장을 마감했다. 그러나 나스닥지수는 8.75포인트, 0.31% 하락한 2854.24를 기록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전일보다 0.42포인트, 0.03% 낮은 1337.89를 기록했다.
개장전 나온 영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마이너스(-) 0.7%로 잠정 집계되면서 3분기 연속 경기 후퇴를 기록했고 독일 등 유로존 기업들의 경기신뢰지수도 부진한 모습이었다. 또 미국의 신규 주택판매도 16개월만에 가장 큰 폭으로 추락하는 등 악재가 이어졌다.
그러나 유럽재정안정메커니즘(ESM)에 은행업 라이센스를 부여해 유럽중앙은행(ECB)으로부터의 차입으로 재원을 확충하는 방안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데다 미국쪽에서는 캐터필러와 포드, 보잉 등의 실적이 호조를 보인 것이 지수 하락을 막아냈다.
업종별로 등락이 엇갈린 가운데 이동통신주가 강했고 기술주가 약세를 보였다. 전날 장 마감후 부진한 실적을 내놓았던 애플이 4.32% 추락하며 주가 570달러대를 힘겹게 지켜냈다. 넷플릭스도 가입자 전망치를 보수적으로 제시한 탓에 25% 이상 급락했고, 코너코필립스도 이익 감소 때문에 3% 가까이 하락했다.
그러나 견조한 실적을 보이거나 연간 실적 전망치를 상향 조정한 기업들은 강세를 보였다. 보잉이 2.78% 올랐고 AT&T 주가도 2% 이상 상승했다. 탄탄한 실적을 공개한 캐터필러와 펩시코 역시 각각 1~2%씩 상승했다. 시만텍은 예상보다 못한 실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엔리케 살렘 최고경영자(CEO)가 물러나기로 하면서 13.55% 급등했다.
◇ 美 ‘애그플레이션’, 내년에 본격화된다
근 50년만에 최악의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에서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물가가 덩달아 뛰는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이 내년에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날 미 농무부는 보고서를 통해 “최근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곡물가격 상승이 수개월 후에 소매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내년부터 본격적인 음식료품 가격 상승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옥수수를 비롯한 주요 곡물 가격이 크게 뛰면서 이를 사료로 사용하는 소와 돼지 등 고기가격은 물론이고 우유 등 유제품 가격까지 상승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농무부는 올해 전체적인 음식료품 가격지수가 2.5~3.5% 상승할 것이라는 종전 전망치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첫 공개한 내년 전망치는 이보다 높은 3~4%로 제시했다. 특히 세부 품목별로는 소고기의 가격지수는 내년에 4~5% 정도 상승할 것이고 우유를 비롯한 유제품 가격은 3.5~4.5%, 달걀 가격은 3~4%, 돼지고기 가격지수는 2.5~3.5% 각각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닭과 칠면조 등의 고기값은 다른 제품에 비해 더 일찍 상승세를 타기 시작할 것이라며 올해말부터 3.5~4.5%씩 뛰기 시작할 것으로 내다봤다. 리처드 볼프 농무부 이코노미스트는 “이들 가금류는 분류항목이 적고 빨리 자라는 특성상 가장 먼저 애그플레이션의 영향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 美 신규주택판매, 16개월 최대 감소
미국의 지난달 신규주택 판매가 예상외 호조를 보였다. 집값도 상승했고 주택 공급물량도 크게 줄어드는 등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이날 미 상무부는 지난 6월중 신규주택 판매가 전월대비 8.4%나 줄었다고 발표했다. 이는 앞선 5월의 6.7% 증가에서 감소로 급선회한 것이다. 특히 이는 지난해 2월 이후 1년 4개월만에 가장 큰 하락률이었다.
연율 환산한 판매량도 35만채로, 앞선 5월의 38만2000채는 물론이고 시장에서 예상했던 37만채에도 크게 못미쳤다. 다만 5월 수치는 종전 36만9000채에서 크게 상향 조정됐다. 지역별로는 북동부에서 60.0%나 급감했고 남부에서 8.6% 감소했다. 반면 중서부에서는 14.6%, 서부에서는 2.1% 각각 늘어났다.
이에 따라 현 판매속도를 감안한 신규주택 공급은 4.9개월치로 지난 5월의 4.5개월에서 크게 늘어났다. 신규 주택 판매가격도 평균 23만2600달러로 전년동월대비 3.2% 내려갔다. 이는 지난 1월 이후 5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 英 경제침체 깊어진다..3분기째 성장후퇴
영국 경제의 침체가 깊어지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지난 2분기까지 3분기 연속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영국 통계청(ONS)은 지난 2분기 GDP가 전기대비 0.7%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영국의 GDP 성장은 지난해 4분기와 올 1분기에 연속해 -0.3%를 기록하며 경기 침체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이는 시장 예상치인 -0.2%에도 크게 못미쳤다.
이 기간중 제조업 생산은 전기대비 1.3% 줄었고 건설부문 생산도 5.2%나 추락했다. 다만 서비스업 생산은 0.1% 줄어드는데 그쳐 상대적으로 강한 모습이었다. 전반적으로 경기 자체가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영국 여왕 즉위 60주년(다이아몬드 쥬빌레)도 성장 둔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처럼 성장세가 부진한 모습을 이어감에 따라 영란은행도 추가 부양책을 내놓을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데이빗 틴슬리 BNP파리바 이코노미스트는 “2분기 GDP도 부진하게 나오면서 영란은행은 오는 11월쯤에 다시 양적완화 규모를 확대할 것이며 비슷한 시기에 25bp(0.25%포인트) 추가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ECB, 유럽 구제기금 실탄확충 나설까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시장이 극도로 불안해지고 있는 가운데 위기 해법으로 유럽중앙은행(ECB)이 나서 유럽 영구구제금융 기금의 실탄을 확충해주는 방안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이날 에발트 노보트니 ECB 정책위원 겸 오스트리아 중앙은행 총재는 빈에서의 인터뷰를 통해 “유럽재정안정메커니즘(ESM)에 은행 라이센스를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고, 이는 현재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ESM에 은행 라이센스를 부여하는 방안은 이미 여러 차례 논의됐지만 독일 등의 반대로 채택되지 못했다. ECB도 다소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왔다. ESM이 은행 라이센스를 얻게 되면 여타 역내 은행들과 마찬가지로 ECB 대출을 통해 재원을 크게 확충할 수 있게 되고, 유로존 은행들을 직접 지원할 수도 있게 된다.
문제는 과연 이같은 방안이 채택될 수 있을까 하는 대목이다. 이날 노보트니 위원 역시 “현재 ECB 내부에서 이 문제가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으며, 이 방안이 현재 논의되고 있는 유일한 사안도 아니다”고 말했다.
뱅샹 세뇨 소시에떼 제너럴 금리전략 글로벌헤드는 “ESM이 은행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은 유로존 위기상황을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는 묘수”라며 “그동안 ECB 등이 반대 입장을 보여오긴 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아주 정치적인 사안이며 정치권의 지지가 얼마나 될지가 채택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 獨, 올 성장률전망 유지..기업경기기대는 ‘급랭’
독일 정부가 최근 경제를 둘러싼 우려에도 불구하고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유지했다. 그러나 기업들의 경기 기대는 급랭하며 불안감을 보였다.
이날 독일 경제부는 올해 독일의 GDP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대로 0.7%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타냐 크라우스 경제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조심스럽긴 하지만 지난 봄의 전망치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로존의 재정 위기로 인해 독일 경제에 대한 위험이 높아지고 있지만 독일 경제는 여전히 높은 수준의 성장력을 유지하고 있고 위기에 대처하는 강한 저항력도 가지고 있다”며 “여전히 우리의 상황은 괜찮다”며 경제의 펀더멘털이 강하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그러나 이같은 전망에도 불구하고 이날 이포(Ifo) 연구소가 발표한 7월중 독일 기업들의 경기신뢰지수가 103.3을 기록해 앞선 6월 확정치인 105.2를 밑돌았다. 특히 이는 3개월 연속 하락하면서 지난 2010년 3월 이후 2년 4개월만에 최저 수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