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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나스닥' 꿈꾸던 코스닥, 왜 국내 유니콘 기업 빼앗기나

박순엽 기자I 2024.08.08 05:30:00

‘기업가치 3조원’ 웹툰엔터테인먼트, 나스닥行
유니콘 기업 나스닥 상장에 경쟁력 잃는 코스닥
상장 기준 비교적 까다롭고 특례상장 심사 길어
‘퇴출 용이’ 건전성 유지해 기술주 터전 자리매김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국내 대표 유니콘 기업들이 코스닥이 아닌 미국 나스닥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국내 증시 저평가로 제대로 된 기업가치를 인정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에 더해 코스닥 상장 조건이 나스닥보다 까다롭다는 판단에 따른 결과다. 그 사이 국내 혁신기업들을 잡지 못한 코스닥 시장은 경쟁력이 더욱 약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네이버웹툰 모회사인 웹툰엔터테인먼트(사진=네이버웹툰)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웹툰의 본사이자 북미 법인인 웹툰엔터테인먼트는 지난 6월 나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웹툰엔터테인먼트의 현재 기업가치는 3조원이 넘는다. 특히 네이버웹툰은 한국을 ‘웹툰 종주국’으로 알린 플랫폼이자 ‘K-콘텐츠’의 디딤돌이었다는 점에서 웹툰엔터테인먼트의 나스닥 상장 당시 국내 자본시장에선 안타깝다는 평가가 나왔다.

여기에 여행 플랫폼인 야놀자와 인공지능(AI) 재난 방지 기업 로제AI, IT 기업 티맥스 등도 미국행을 고려하면서 국내 유니콘 기업의 나스닥 상장은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 역시 지난 1월 지주사인 셀트리온홀딩스를 나스닥에 상장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하기도 했다.

‘국내 신성장 산업의 요람’을 꿈꾸며 나스닥을 표방해 만들어진 코스닥을 오히려 국내 기업이 외면하고 있는 원인으론 나스닥보다 까다로운 상장 요건이 꼽힌다. 코스닥에 상장하기 위해선 수익성·매출액 기준과 시장평가·성장성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딥테크 기업은 혁신성 심사를, 바이오 기업은 기술성 심사를 각각 거쳐야 한다.

이와 비교해 나스닥은 상장 요건이 유연하다. 회사 설립 초기 적자를 내는 기업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며 당장 수익성보다는 미래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 글로벌 셀렉트 마켓·글로벌 마켓·캐피탈 마켓으로 구분되는 나스닥 시장 중 캐피탈 마켓은 시가총액 5000만달러 이상이면 상장할 수 있다. 거래 실적이나 순이익이 필수 요건은 아니다.

코스닥에도 성장성 있는 기업을 위한 우회상장 제도인 기술 특례상장제도나 이익 미실현 특례상장 제도가 있지만, 심사 기간이 길다 보니 심지어 상장 신청을 철회하는 기업들도 나타나는 추세다. 특히, 최근엔 기술 특례상장 기업의 신규 상장이 집중되면서 45거래일 이내로 규정된 상장 예비심사가 기한 없이 연기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대신 나스닥은 주가가 부진한 기업의 퇴출도 쉬운 편이다. 나스닥 상장사는 30영업일 연속 주가가 1달러 미만이면 경고를 받고, 이후 일정 기간 주가가 오르지 않으면 상장폐지 통보를 받는다. 혁신기업을 빠르게 받아들이면서도 시장 선택을 받지 못하는 기업을 퇴출해 시장 건전성을 유지하며 마이크로소프트(MS)·애플 등 기술주들의 터전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아울러 미국의 첨단산업·기초과학 연구개발과 인력 양성, 인프라 확충을 위한 지원 역시 나스닥의 경쟁력을 높이는 요소로 꼽힌다. 그 속에서 성장한 혁신기업이 나스닥 경쟁력의 근원이 되고 있어서다. 이에 장기적으로는 코스닥이 성장하기 위해선 정부 지원이 기초과학 분야에서부터 밑바탕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학주 한동대 ICT 창업학과 교수(전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는 “코스닥이 그동안 성장할 수 없었던 건 혁신기업이 적은 국내 상황과도 관련 있는데, 새로운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기초과학에 대한 정부 지원이 부족한 부분을 개선해야 한다”며 “기술 기업이 상장할 때도 관료적인 판단 대신 앞으로의 성장성을 고려하는 데 무게를 실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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