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는 반도체 재고를 소진하기 위해 생산량을 줄이고 있지만 업황 개선 기미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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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한국거래소와 한국 상장회사협의회가 발표한 유가증권시장 상반기 결산 실적’에 따르면 12월 결산 상장회사 615개사(689개사 중 금융업, 분할·합병, 감사의견 비적정 회사 등 74사 제외)의 상반기(1~6월) 누적 연결 영업이익은 53조108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무려 52.45% 감소했다.
특히 뼈아픈 것은 코스피 시가총액 1위와 3위인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 반도체주의 부진이다. 삼성전자의 지난 2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22.28% 줄어든 60조55억원,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95.26% 감소한 6685억원에 불과했다. 상반기 전체 영업이익은 1조3087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28조2185억원)대비 95.36% 줄었다. SK하이닉스(000660) 역시 2분기 2조8821억원의 적자를 거두며 지난해 4분기에 이어 3개 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상반기에만 6조284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두 기업 모두 메모리 반도체의 불황이 장기화하자 재고부터 줄이기 위해 ‘감산’ 카드를 뽑아들며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이같은 노력에도 소비심리 침체 우려가 확장하며 업황 개선 시기 역시 점점 뒤로 밀리고 있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가 전망하는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72.87% 줄어든 2조9439억원이다. 한 달 전만 해도 3조4305억원의 영업이익을 시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지만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가 위축하며 전망치도 14.2% 감소했다.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손실 전망치도 1조7507억원에 달한다. 이에 삼성전자(005930)는 이달 들어 9.00% 내린 6만6700만원에 거래되며 같은 기간 코스피의 하락률(3.79%)보다 낮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SK하이닉스(000660)도 최근 한 달간 2.05% 빠졌다.
업황 침체가 길어지자 반도체 업체들은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나서고 있다. 바로 인공지능(AI)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AI 반 도체의 핵심인 고대역폭메모리(HBM)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HBM 시장은 한국 반도체업체가 양분하고 있다. 시장정보업체 트랜스포스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글로벌 HBM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50%, 삼성전자가 40%, 마이크론이 10%였다. 올해 점유율 전망치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모두 46~49% 수준으로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소비주 ‘유커’ 귀환 기대에도…”소비력 약화 염두에 둬야“
반도체가 주춤한 사이 그동안 소외됐던 소비주가 살아날 것이란 기대도 있다. 특히 중국의 한국행 단체관광 허용이 새로운 기회를 만들 것이란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11일 한국, 일본 등 세계 78개국에 대한 자국민의 단체여행을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 유행 시작 3년여 만에 자국민의 해외 단체여행을 사실상 전면 허용한 것이다. 중국은 2017년 3월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진행에 따른 보복의 일환으로 여행사를 통한 한국 관광을 사실상 금지했는데, 이날 조치로 중국인의 한국행 단체관광 빗장도 6년여 만에 완전히 풀리게 됐다.
중국 관광객들의 유입에 화장품업종이나 면세 및 카지노업종의 실적이 우상향할 것이란 기대도 힘을 얻는다. 화장품 대장주인 아모레퍼시픽(090430)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506억원 수준으로 2분기(59억원)의 9배 수준에 이른다. 호텔업종 대장주인 호텔신라(008770)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도 전년 동기보다 158.82% 증가한 690억원 수준이다. 실적 개선 기대 속에 아모레퍼시픽(090430)과 호텔신라(008770)는 이달 들어 각각 15.03%, 17.90%씩 상승하기도 했다.
다만 중국의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우려나 중국의 경기 둔화에 따라 유커(游客·중국인 관광객)가 과거처럼 한국에서 적극적으로 돈을 풀고 물건을 사지는 못할 것이란 전망이 도 나온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 주택시장 침체와 고용 충격의 여파가 소비력을 약화하고 있다”며 “구매력 회복은 여행객 회복 속도에 비해 더디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