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들이 유럽 출장을 다녀온 후 열린 지난 15~16일 기재위 경제재정소위에서 재정준칙 법제화는 논의도 되지 못했다. 돌연 재정준칙 법제화 논의를 밀어두고 8박10일 8876만원의 비용을 들여 떠난 유럽 출장이니 조금이라도 달라졌을 것이라는 기대는 실망으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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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부채로 큰 어려움을 겪었던 스페인의 가르침은 더 또렷했다. 스페인 대표단은 출장단에 “재량적 경기부양책의 시행 등으로 재정위기를 경험하면서 재정 규율의 도입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며 “(재정준칙 도입을 위해)2011년 헌법개정 및 2012년 재정조직법을 개정했다”고 전했다. “재정준칙 도입으로 재정 건전성과 함께 사회적 능력도 커졌다”고도 했다.
재정준칙과 함께 눈여겨볼 부분은 공급망이다. 이들은 출장목적에 ‘글로벌 탈동조화에 따른 공급망 이슈를 진단하고 EU가 최근 추진 중인 핵심원자재법안 현황을 파악한다’고 썼다. 스페인 측은 출장단에 “이번 경제위기로 유럽은 많은 것을 배웠다”며 “수입이 한 나라에 쏠리면 생산망도 무너지고, 생산망이 중국에 몰려 있어 위험이 증가함에 따라 이를 인접국으로 옮기면서 공급망의 안정성 확보하는 노력이 유럽 전체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법제화가 필요한 상황”이라고도 했다. 재정준칙뿐 아니라 공급망법의 필요성도 가르쳐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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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재정준칙 법제화 및 공급망기본법은 모두 기재위에서 공회전하고 있다. 두 법안은 야당이 관련도 없는 사회적경제기본법(사경법)과 연계·처리할 것을 요구하면서 계속 지지부진하다. 그러나 출장단이 유럽에서도 만난 누구도 재정준칙 법제화나 공급망기본법을 사경법과 연계해 처리해야 한다고 조언한 부분은 없다. 또 출장단에 동행한 야당 국회의원도 이를 묻지 않았다.
이번 8박10일 유럽 출장에서 공식일정은 몇 개 없었다. 남은 시간 무엇을 했는지도 자세히 기재돼 있지 않다. 그렇다면 유일하게 바랄 수 있는 부분은 반목했던 여야 간사가 충분한 대화를 가져 의견차를 조금이라도 좁혔을 것이란 기대다. 하지만 5월 임시국회의 모습을 보니 기대감을 갖긴 힘들 듯하다. 2023년 1분기 소득 1분위 가구 월소득의 80배가 넘는 혈세를 쓴 출장이었기에 가치가 있어야 할 텐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