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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하사였던 A씨는 1976년 유언비어 표현물 ‘오적’을 유포한 혐의로 징역 1년과 자격정지 1년을 선고받고 구금됐다. 체포 이후 A씨는 구타, 폭행 등 가혹행위는 물론 재판 시점까지 국선변호인 선임 사실도 모른 채 수사·재판에 임했다.
B, C씨는 1981년 반국가단체 전국민주노동자연맹(전민노련)에 가입했다(국가보안법 위반)는 혐의로 기소돼 각각 징역 2년 6월,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만기출소했다.
2005년 이들은 옛 민주화보상법에 따라 민주화 운동 관련자로 인정받고 보상금 지급 결정도 받았다. A씨는 1450만원, B씨는 3300만원, C씨는 5000만원을 받았다.
이를 토대로 A,B,C씨는 과거 유죄 판결에 대한 재심을 청구했고 무죄 판결이 확정되자, 위법한 구금, 가혹행위 등에 대한 국가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금 지급 결정에 동의해 재판상 화해가 성립됐다고 본 것이다.
한편 2018년 8월 30일 헌법재판소는 옛 민주화보상법 18조 2항에서 재판상 화해 대상인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입은 피해’ 중 불법행위로 인한 정신적 손해 부분을 위헌 결정했다.
해당 조항은 피해 일체에 대해 재판상 화해가 성립한 것으로 간주해 정신적 손해에 대해 적절한 배상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보상금 지급결정에 동의했다는 사정만으로 정신적 손해에 대한 국가배상청구마저 금지하는 것은 과도한 제한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A,B,C씨는 재차 국가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의 쟁점은 일부 위헌 결정 후 다시 제기된 소송이 종전 각하판결에 따른 기판력 제한을 받는지 여부였다.
A,B,C씨 사건을 심리한 하급심 판단은 각각 달랐고, 최종 판단은 대법원에서 가려지게 됐다.
대법원은 “선행소송 각하판결에 따른 기판력의 제한을 받는다고 볼 수 없다”며 “위헌결정이 선고됨으로써 선행소송의 각하판결에 확정된 소송요건의 흠결이 보완됐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과거사 사건 피해자가 보상금 지급결정에 동의해 선행소송에서 각하판결을 받아 확정됐더라도 위헌결정을 통해 정신적 손해에 대한 화해 성립 근거가 사라져 각하판결의 기판력 제한을 받지 않고 국가배상청구를 할 수 있음을 명시해 다수 하급심 실무례 정당성을 명시적으로 확인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