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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미(33) 포스코 글로벌마케팅조정실 대리는 회사 복지제도의 강점으로 현실적인 시스템을 꼽았다. 유명무실한 제도의 나열이 아니라, 실생활에서 꼭 필요한 지원 프로그램을 직장 상사나 주변의 눈치 볼 필요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선미 대리는 현재 원하는 시간대에 맞춰 하루 4시간만 일하는 워킹맘이다. 2009년 입사한 뒤 그해 결혼에 골인, 연달아 둘째까지 출산해 근무기간 9년 중 꼬박 4년의 업무 공백기를 가졌다. 하지만 과도한 책임감과 부담 없이 회사로 복귀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 대리는 “워낙 제도가 체계화돼 있고, 직원들에게도 잘 공유돼 있어 육아를 병행하는 게 가능했다”며 “6개월 이상 휴직을 하면 휴직자를 대신해 기존 부서에 대체 인력을 충원해 준다. 직장동료에게 눈치 받을 일이 애초부터 차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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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포스코는 철강업계에서 여성고용비율 1위 기업이다. 1990년대에는 남성 직원과 같은 조건으로 직무 제한 없이 ‘여성공채’를 모집했다. 2008년부턴 매년 여성 채용비율이 20%를 넘는다. 이는 철강업계 평균 대비 2배가량 높은 수치다. 출산 전후 휴가 사용 후 복귀율도 100%에 달한다. 임신기·육아기 단축근로는 물론, 육아휴직을 최대 2년(법적기준 1년)까지 보장하고 있어 휴직 후 복귀율도 97% 이상이다. 올해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여성임원도 두자릿수를 기록해 임원급 여성인력이 10명으로 늘었다.
이 대리는 두 아이를 키우면서 휴직 총 4년, 임신기간 태아검진 및 출산장려금 총 150만원 지원(2017년부터 첫째 100만원·둘째 500만원), 시간선택제 활용, 유치원 장학금(5세부터 3년간) 등을 지원받았거나 활용 중이다.
하루 근무 4시간은 깨알 같이 쓴다. 그는 “회의는 최대한 근무 시간 내로 하고, 이후 발생하는 업무는 팀에서 해결, 대응한다. 일이 좀 길어지면 먼저 얼른 들어가라고 말해준다”면서 “공감해주고 도와주는 팀원들에게 늘 고맙다”고 말했다. 다만 “지금 제도에 만족하지만 현재 4시간 근무(급여 50%·6시간 75%·8시간 100%)하기 때문에 급여도 같이 줄어 아쉽다”며 “한국사회 자체가 아직 통용을 못하는 것 같다. 향후엔 이런 점도 개진되었으면 한다. 내 욕심이 너무 과한건가”라며 웃었다.
남성성이 강한 회사로 비춰지는 것에 대해서는 “더이상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고 했다. 이 대리는 “금녀기업은 이미지일 뿐 유리천장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입사 계기도 타 회사 대비 여성을 배려하는 우수한 복지제도 덕이 컸다”고 말했다. 그는 “철강이 제조업의 기반이고, 우리 일상에서 최종 제품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꼭 필요한 제조업의 ‘쌀’ 역할을 한다는 게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며 “실제 보직에서 차별이 없다. 제철소와 다양한 직무에서 여성들이 근무한다. 누구든 능력만 있다면 꿈을 펼칠 수 있는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셋째 계획을 하고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육아와 근무 둘다 해보니, 직장생활이 더 적성에 맞는 거 같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육아지원 잘해주는 포스코에서 인정받으며 화목한 가정을 꾸리고 싶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후배 여성들에게는 “복직할 때 4년을 쉰 터라 두려움이 앞섰는데 회사 제도를 잘 이용하면 훌륭하게 육아를 병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생각보다 아이들은 어느 환경이든 잘 적응하더라. 미리부터 겁먹지마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