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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최근 공개된 지난달(6월)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뚜껑을 열기 전부터 이래저래 주목을 받았다.
최근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2월 2.7%(전년 동기 대비)를 찍은 이후 계속 하락하고 있다. 3월 2.4%를 시작으로 4월과 5월은 각각 2.2%, 1.9%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시장은 이를 일단 일시적인 요인으로 여겼다. 통신비와 의약품 가격이 하락하면서 덩달아 물가가 내렸다는 것이다. 한국은행도 “일시적인 둔화 요인이 소멸되면 소비자물가는 중장기적으로 완만한 상승세를 보일 것”(6월 넷째주 해외경제포커스 보고서)이라고 예상했다.
그 소멸 시점의 출발이 6월이었다. 그런데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1.6%. 전월 수치는 물론 시장 예상치보다도 더 낮았던 것이다.
시장의 실망과 충격은 가격에 즉각 반영됐다. 공개 이후인 지난 17일(현지시간) 주요국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95.134까지 하락했다. 10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저(低)물가 이상현상이 예기치 못한 달러화 급락을 부른 것이다.
한은 뉴욕사무소가 20일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미국의 6월 물가 상승률 공개를 기점으로 주요 투자은행(IB)들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회복세가 견조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견해 쪽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곧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 스케줄도 변화가 불가피함을 의미한다.
OIS(금융기관간 하루짜리 초단기 외화대출) 금리에 반영된 연준의 12월 기준금리 인상 확률은 지난 13일과 14일만 해도 각각 49.7%, 44.6%였지만, 물가 발표 이후인 18일에는 40.7%까지 떨어졌다.
골드만삭스는 “소비자물가가 4개월 연속 예상치를 밑도는 결과에 대해 연준이 우려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골드만삭스는 연내 추가 기준금리 인상 확률도 하향 조정(70%→60%)했다.
JP모건도 “향후 연준의 금리 인상 여부가 물가 추이에 좌우될 것”이라고 했다. 모건스탠리 역시 “6월 물가는 여전히 예상에 못미치는 부진한 내용”이라고 했고, 바클레이즈는 “물가 상승세가 계속 둔화할 경우 12월 금리 인상에 부담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메릴린치는 “연준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전망과 관련해 하방 리스크를 언급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