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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지난 42년간 써온 글의 주제는 ‘위대한 이념 속에서 산 작은 사람들’이다. 영웅과 달리 역사에 알려지지 않은 사람의 이야기를 사라지지 않게 하는 것이 나의 일이다.”
2015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벨라루스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69)가 ‘2017 서울국제문학포럼’ 참석을 위해 한국을 처음 찾았다.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종로1가 교보빌딩에서 기자들과 만난 알렉시예비치는 “‘붉은 유토피아’와 같았던 소련의 역사를 쓰기 위해 ‘작은 사람들’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국가가 이용하고 죽인 작은 사람들의 삶이 역사 속에서 사라지지 않게 하기 위해 글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기자 출신인 알렉시예비치는 5~10년간 적게는 200명에서 많게는 500명의 사람들을 인터뷰해 한 편의 책을 완성한다. 논픽션이지만 마치 소설처럼 읽혀 ‘목소리 소설’로 불린다. 인터뷰이의 속마음을 끌어내기 위한 특별한 비법은 없다. 알렉시예비치는 “‘인터뷰’라는 표현은 정확하지 않다. 나는 그들과 ‘대화’를 나눈다”고 했다.
수많은 사람들의 증언을 퍼즐조각으로 삼아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중요한 것은 ‘진실’을 찾아가는 것이다. 그는 “글을 쓰다보면 개인적인 직관과 주관이 작용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진실’을 제일 중요한 화두로 삼고자 한다”고 말했다.
알렉시예비치의 관심사는 전쟁이다. 대표작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는다’(1989)는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200여명의 여성들의 증언을 모았다. 지난 18일 국내에 출간된 ‘아연 소년들’(1989)에서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전한 소년병의 어머니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알렉시예비치는 “나는 평화주의자다. 전쟁은 그 자체로 살인이라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쟁의 결과에는 관심 없다. 내가 흥미를 갖는 것은 전쟁 속에서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지다. 전쟁이 어떻게 사람이 사람을 죽이게 만드는지 주목한다”고 말했다.
핵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2011년 국내에 출간된 ‘체르노빌의 목소리’(1997)는 벨라루스에서 일어난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다룬다. 몇 개월 전 일본 후쿠시마를 방문했다는 알렉시예비치는 “체르노빌과 후쿠시마는 새로운 형태의 전쟁”이라며 “10년 정도면 끝나는 전쟁과 방사능은 수만 년 동안 지속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꼬집었다.
세상의 어두운 참상을 다루지만 문장은 시처럼 유려하다. 알렉시예비치는 “세상에는 끔찍한 삶이 가득 넘쳐난다. 그러나 사람들의 공포를 자극하고 싶지 않다. 내 저술의 목적은 사람의 정신과 마음을 좀 더 강건하게 해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향후 작품 계획에 대해서는 “나는 (언젠가) ‘내 끔찍한 작가 인생, 광기스러운 인생이 언제 끝나나’ 생각해봤다”면서 “지금까지는 큰 이념 앞의 작은 인간의 대치를 써왔는데 이제는 인간의 행복과 인간 자체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사랑을 다룬다고 해서 아픔이 없는 글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겪은 한국 작가들에 대한 조언도 남겼다. 알렉시예비치는 “비극적인 주제를 다루는 건 쉬운 작업이 아니다. 저널리즘적 접근, 사회학적 접근, 나아가 성직자와 같은 신성한 접근에 문학적인 접근까지 필요하다. 철학자 같은 마음으로 사건에 다가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 작품에 문학적 아름다움을 시도한 건 끔찍한 일로 가득찬 인간의 삶을 말하려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끔찍한 일들을 이미 세상에 넘친다. 사람들의 정신을 강건하게 해주는 게 목적”이라고 덧붙였다.
알렉시예비치는 오는 23일 시작하는 서울국제문학포럼 첫날에 참석해 ‘미래에 관한 회상’을 주제로 기조발제를 한다. 체르노빌 원전사고를 취재한 경험을 토대로 방사능 오염이라는 재난이 인류 역사에서 어떤 의미인지를 짚는다. 그는 발제문에서 체르노빌 사고를 “아포칼립스 최초의 굉음”이라고 표현하며 사고 이후 “우리가 알지 못하는 전혀 다른 형태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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