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의 의결권을 일률적으로 제한하면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고, 대주주의 의결권이 줄어든 자리를 2·3대 주주가 차지하면서 오히려 경영권이 왜곡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해외 주요국은 대주주 지분을 일률적으로 제한하기보다 대주주의 적격성을 사전에 심사하고, 문제가 생기면 의결권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관리하고 있다.
5일 국회입법조사처가 박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의결권 제한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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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는 ‘디지털자산기본법(2단계 입법)’ 제정안에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의 지분 상한을 20%(예외적 34%)로 제한하고, 초과 지분에 대해서는 처분명령이나 의결권 제한을 두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입법조사처는 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려면 헌법상 재산권 침해 여부를 먼저 따져야 한다고 봤다.
보고서는 주주의 의결권이 주주총회에서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핵심적인 권리이며 헌법상 재산권의 보호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법률로 의결권을 제한하려면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원칙을 충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규제 목적이 정당한지, 규제가 적절한 수단인지, 다른 덜 침해적인 방법은 없는지, 규제로 얻는 공익이 침해되는 권리보다 큰지 등을 따져야 한다는 의미다.
기존 주주에게 새 규제를 적용할 경우 소급입법 논란도 발생할 수 있다고도 봤다. 법 시행 전에 적법하게 취득한 주식의 의결권까지 제한하면 기존 주주의 법적 지위와 신뢰를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기존 법률관계에 장래적으로 새로운 규제를 적용하는 ‘부진정소급입법’은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있는 만큼 공익상 필요성과 주주의 신뢰보호를 함께 따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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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주요국은 한국처럼 대주주 지분을 일정 비율 이하로 묶는 방식과는 달랐다.
EU의 암호자산시장 규정(MiCA)은 가상자산사업자(CASP)에 별도의 지분 보유 상한을 두지 않았다.
대신 10% 이상 지분을 보유한 주주를 ‘적격보유자’로 보고, 지분율이 10%·20%·30%·50%에 도달하면 당국에 사전 통지해 적격성 심사를 받도록 했다.
이후 해당 주주가 건전한 경영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금융당국이 의결권을 정지하는 등 사후적으로 개입할 수 있도록 했다.
싱가포르도 지분 상한 자체는 두지 않았다. 20% 이상 지분을 가진 지배주주가 되려면 싱가포르 통화청(MAS)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하고, 필요할 경우 주식 처분이나 의결권 제한 등의 조건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2·3대 주주가 과도한 영향력 행사할 수도”
국내 자본시장법상 한국거래소와 대체거래소(ATS)의 지분 제한을 가상자산거래소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도 신중해야 한다고 입법조사처는 봤다.
한국거래소의 소유 지분 제한은 5%, ATS는 15%다.
하지만 ATS는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 등 기존 금융 인프라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반면, 가상자산거래소는 사업 구조와 시장 내 역할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대주주의 의결권만 제한할 경우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도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주주의 의결권이 제한되면 2·3대 주주처럼 상대적으로 적은 지분을 가진 주주가 주요 의사결정에서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투자 위축 가능성도 제기했다. 지분을 더 사더라도 경영권을 확보할 수 없다면 신규 투자 유치나 기업결합(M&A)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가상자산거래소의 건전한 지배구조를 확보하는 것이 규제의 목적이라 하더라도, 일률적인 지분·의결권 제한보다는 재산권 보호와 투자 유인, 소수주주 보호 등을 함께 고려해 규제 방식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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