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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척추 수술 이력이 있는 A씨는 허리와 왼쪽 다리 통증을 호소하면서 2018년 3월 의사 B씨가 근무하는 병원을 찾았다. 의사 B씨는 추간판 돌출 재발을 진단하고 수술을 권유했다. A씨는 수술을 받고 그해 3월28일 퇴원했는데 4월7일 고열 증세를 보였고, 다른 병원에서 검사를 받은 결과 수술 부위 감염 진단을 받았다.
A씨는 의료진의 주의의무 위반으로 감염이 발생했다며 7400여만원의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1심 재판부는 “의료진의 감염예방의무 위반 등에 대한 증명이 없고 증거도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2심의 생각은 달랐다. 2심은 B씨 등이 A씨에게 240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수술 중 직접 감염으로 발생했다고 추정된다”며 의료상 과실을 인정했다. 다만 손해배상 책임은 30%로 제한했다.
피고 B씨 등은 불복해 상고했고 대법원은 피고 측 상고 이유 주장을 받아들여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수술 후 급성 감염은 1~2주 사이에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원고가 퇴원 시까지 별다른 감염 소견을 보이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수술 중 직접 오염 외 다른 원인의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병원감염은 그 발생 원인이 다양하고 이를 완전히 예방하는 것은 현대 의학기술상 불가능하므로, 감염증 발생 자체만으로 곧바로 감염관리에 관한 진료상 과실을 추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의료소송에서 과실과 인과관계 입증에 관한 기준을 명확히 했다. 이와 관련해 “진료상 과실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기 위해서는 진료상 과실로 평가되는 행위의 존재와 그 과실이 환자 측의 손해를 발생시킬 개연성이 있다는 점이 증명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환자 측의 입증 부담을 고려해 과실과 인과관계 증명책임을 완화하더라도, 무조건적인 추정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밝힌 것이다. 대법원은 원심이 감염 발생 사실만으로 의료진의 과실과 인과관계를 추정한 것은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