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 기획-숲, 지역과 산촌을 살린다(10)
경북 봉화 청옥산 생태경영림, 대한민국 100대 명품숲 선정
1970~1988년 177㏊에 금강송·낙엽송 등 조림후 생태적 관리
해발 1277m산에 단풍·가래·자작·잣나무등 식재 다양성 보고
정상부의 신갈나무 군락 훼손없이 원형 그대로 보전 최상숲
산과 숲의 의미와 가치가 변화하고 있다. 가치와 의미의 변화는 역사에 기인한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황폐화한 산을 다시 푸르게 만들기 위해 우리는 어렵고 힘든 50년이라는 혹독한 시간을 보냈다. 산림청으로 일원화된 정부의 국토녹화 정책은 영민하게 집행됐고 불과 반세기 만에 전 세계 유일무이한 국토녹화를 달성했다. 이제 진정한 산림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산림을 자연인 동시에 자원으로 인식해야 한다. 본보는 지난해 산림청이 선정한 대한민국 100대 명품 숲을 탐방, 숲을 플랫폼으로 지역 관광자원, 산림문화자원, 레포츠까지 연계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미치는 영향을 모두 100회에 걸쳐 기획 보도하고 지역주민들의 삶을 조명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 경북 봉화의 청옥산 전경. (사진=영주국유림관리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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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경북 봉화는 과거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물리·심리적으로 먼 지역이다. 서울에서도 광주에서도 심지어 국토의 중심인 대전에서도 멀다. 4시간에 걸쳐 도착한 곳은 경북 봉화의 청옥산(해발 1277m). 강원도 태백시와 경북도 봉화군에 걸쳐있는 청옥산은 백두대간의 태백산에서 갈라져 나온 결코 낮지 않은 산으로 지금은 거의 사라진 산나물 ‘청옥’에서 이름을 따왔다고도 하고 산 아래 옥(玉)광산에서 푸른 옥이 많이 나 청옥산으로 불린다고도 한다.
백두대간은 우리나라의 산줄기를 1대간, 1정간, 13정맥으로 구체화된 산맥체계 중 한반도 등뼈이자 핵심 산줄기다. 백두산에서 시작해 금강산과 설악산, 태백산, 소백산, 속리산, 덕유산, 지리산까지 총길이가 1400㎞에 달한다. 경북지역의 백두대간은 봉화를 시작으로 영주, 예천, 문경, 상주, 김천 등 6개 시·군 315㎞ 구간이다. 백두대간은 대륙의 야생 동식물이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이동통로로 다양한 생물종이 서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전체 식물종 33%인 1326종이 분포하고 이 중 109종이 한국 고유수종으로 생물종 다양성의 보고이다.
| 경북 봉화 청옥산 생태경영림 전경. (사진=영주국유림관리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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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의 줄기 청옥산, 1970~1988년 177㏊ 면적에 금강송 등 13종 나무 조림
백두대간의 한 줄기인 청옥산에는 1970년대 조성한 생태경영림이 자리잡고 있다. 1970년부터 1988년까지 177㏊에 이르는 면적에 금강송, 낙엽송, 전나무 등 침엽수 6종과 가래나무, 물푸레나무, 들메나무 등 모두 13종의 다양한 나무가 조림돼 있었다. 청옥산에는 생태경영림을 비롯해 자연휴양림이 있고 인근 태백산국립공원과도 인접해 있어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장소이다.
숨이 턱턱 막힐 정도의 뜨거운 날씨를 뚫고 도착한 청옥산 생태경영림의 숲길은 도시의 여름 날씨가 아니었다. 해발 800m에서 시작되는 숲길은 우거진 나무들과 숲길 옆의 계곡으로 폭염을 잊기에 적당한 온도를 기록하고 있었다. 3.5㎞의 부드러운 산길은 한낮에도 상쾌한 피톤치드를 뿜어내고 있었고 계곡을 따라 우거진 숲 사이로 초록빛 햇살이 비추고 있었다.
| 청옥산 가을 풍경. (사진=한희숙 숲해설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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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옥산은 정상을 기준으로 절반은 경북에 속해 있고 절반은 강원도에 속해 있다. 산 북쪽으로는 세계 최남단의 열목어 서식지인 백천동 계곡이, 동쪽으로는 수령이 100년 넘은 나무들이 빼곡히 들어선 청옥산자연휴양림이 있다. 결코 낮은 산이 아니지만 의외로 숲길은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을 정도로 편했다. 특히 숲길 내내 마주치는 각양각색의 꽃과 나무는 방문객들에게 환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 노루귀와 바람꽃, 처녀치마, 얼레지 등 희귀 식물이 곳곳에 숨어 있었고 금강송, 단풍나무, 가래나무, 자작나무, 잣나무 등 다양한 식생은 청옥산 생태경영림 숲길의 최대 강점이었다.
| 김종근 산림청 대변인이 9일 청옥산 생태경영림 내 명상쉼터에서 명상을 하고 있다. (사진=박진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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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800m서 시작한 숲길, 단풍나무·자작나무·잣나무 등 다양한 식생은 최대 강점
완만하게 이어지는 숲길을 지나 정상 부근 쉼터에 다다르면 급격히 경사가 펼쳐지고 있었다. 나무 사이로 푸른 하늘이 펼쳐지더니 뜨거운 햇볕이 내리쬔다. 이 구간은 청옥산 탐방로에서 가장 힘든 코스로 400m 정도 거친 오르막이 이어졌다. 정상에서 반대편 능선을 타고 걸으면 태백산까지 이어진다. 정상부에는 신갈나무 순림이 자리잡고 있었다. 참나무류인 신갈나무는 안정적인 숲 단계에서 서식하는 수종으로 알려져 있다. 대략 60~70년생들의 신갈나무가 인위·자연적 훼손없이 원형 그대로 보전돼 있어 최상의 명품숲으로 평가받는다.
| 청옥산 정상에서 본 월암봉. (사진=한희숙 숲해설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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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송과 신갈나무, 산벚나무, 물박달나무 등의 천연혼효림이 인공림과 어우러져 사시사철 다양한 숲속 풍경을 뽐내는 청옥산 생태경영숲은 2014년 아름다운 숲으로 선정돼 제15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공존상’을 수상했다. 2017년에는 숲의 경관과 생태적 가치가 우수해 산림청이 선정한 경영·경관형 명품숲에 지정됐고 지난해 대한민국 100대 명품숲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내려오는 길에 마주한 명상쉼터는 명상하는 이들을 위한 개인용 매트가 비치돼 있었다. 피톤치드 향이 그윽한 잣나무숲 아래에서 선선한 산바람을 맞으며 편안히 누워 명상도 하고 땀을 식히며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장소이다.
내려오는 길에는 활엽수숲길, 단풍나무숲길, 가래나무숲길, 자작나무숲길, 잣나무숲길 등 여러 숲길을 만날 수 있었고 구역별로 식재한 다양한 나무들로 다채롭게 변하는 숲은 청옥산만의 최대 강점이었다. 숲에서 만난 조영래 숲해설가는 “청옥산 생태경영림 숲길은 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면서도 햇빛을 한번도 받지 않고 걸을 수 있어 여름에도 인기를 끌고 있다”며 “청옥산 숲길은 인위적인 요소가 하나도 없는 무위(無爲)의 산으로 이곳을 찾은 방문객들이 내려갈 때면 하나같이 다들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간다”고 전했다.
| 조영래 숲해설가가 청옥산 생태경영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진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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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청옥산휴양림 내 ‘무림당’은 국가산림문화자산 지정…춘양목의 본산지
숲에서 나와 차를 타고 10여분을 이동하니 청옥산자연휴양림을 만날 수 있었다. 휴양림 안에는 수령이 100년 이상 된 울창한 잣나무와 소나무 등이 빽빽이 들어서 있었다. 이 중 ‘춘양목’으로 불리는 금강소나무는 봉화의 자랑이다. 옛부터 봉화는 국내 최대 규모의 금강송 자생지로 봉화군 춘양면에서 나는 금강송을 으뜸가는 목재로 쳤다. 이때부터 봉화군 춘양면의 금강소나무를 춘양목이라 불렀다.
| 청옥산휴양림 내 국가산림문화자산으로 선정된 ‘무림당(撫林堂)’ 입구. (사진=박진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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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옥산휴양림에는 국가산림문화자산으로 선정된 ‘무림당(撫林堂)’도 있었다. 무림당은 1986년 지어진 목조건물로 산림작업을 하던 근로자들이 숙식하며 머물렀던 장소이다. 무림당 안에는 1986~1988년(제10·11대) 산림청장을 지낸 정채진씨의 친필 현판과 최초 무림당 사진, ‘나무 가꾸는 마음’이라는 글씨가 보존돼 있었다. 청옥산에서 보낸 뜨거운 여름은 숲과 나무를 어루만지는 집이라는 무림당의 의미처럼 자연을 통해 마음과 몸이 정화되는 순간을 느낄 수 있었다.
| 청옥산 내 철쭉길에서 만개한 철쭉 전경. (사진=한희숙 숲해설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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