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용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 한국지사장은 올해 전 세계 유통시장의 특징으로 ‘이커머스 경쟁 심화’를 꼽았다. 한국에서는 쿠팡과 네이버쇼핑 외엔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는 곳이 드물다고 지적하면서 시장 포화 상태에 대응할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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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지사장은 지난 17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세계적으로 이커머스 시장은 2019~2022년 연평균 14%가량 성장했다”며 “올해 성장률 추정치는 한자릿수”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구가 적고 국내총생산(GDP)이 크지 않은 한국은 더이상 규모를 키우기는 힘들다”며 “해외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K뷰티, K푸드 등에 대한 크로스보더(직구·역직구가 활발한 시장), 역직구 시장에 기업들이 관심을 가져야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그는 북미시장을 지목했다. 최 지사장은 “미국 현지에서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3명 중 2명 이상이 한국 음식을 먹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며 “북미시장에선 K푸드, 뷰티 등이 우리 생각과 기대보다 덜 알려져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BTS를 비롯한 K팝의 인기 덕분에 K푸드, K뷰티를 알릴 동력을 얻었다”며 “최근에 미국 식료품 매장인 ‘트레이더스 조’에서 냉동김밥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 ‘반짝 인기’로 끝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화폐가치 하락·물가 상승)과의 전쟁’도 올해의 키워드로 꼽았다. 유로모니터 분석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유통시장 규모는 17조8000억달러(2경3665조원)로 추산된다. 작년(17조3000억달러)보다 3.0%가량 커진 역대 최대 수준이다. 다만 최 지사장은 “인플레율이 작년 9%에 올해도 7% 수준”이라며 “시장 규모가 커진 건 기저효과일 뿐 내용적으로는 공급자·소비자 모두 위축된 한 해를 보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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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내년에도 인플레이션 여파가 이어지면서 소비문화에 영향을 줄 것으로 봤다.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를 넘어 ‘가실비’(가격 대비 실사용 가치)를 따지는 소비행태가 강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최 지사장은 “개성이 강하나 경제력은 낮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선 복제·유사품 문화가 번지고 있다”며 “모양만 비슷하고 질 떨어지는 짝퉁이 아닌 질 좋은 유사품을 저렴하게 소비하면서 당당히 보여주는 문화가 ‘틱톡’ 등을 통해 확산 중”이라고 했다. 또한 “중장년층을 중심으론 상대적으로 값싼 PB(자체 상품) 소비가 국내외에서 모두 늘었다”며 “PB 소비 확대는 내년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유망한 시장으로는 ‘집안에서 누릴 수 있는 전문 서비스’ 분야를 언급했다. 예컨대 안마의자, 스타일러, 홈 뷰티 기기 등과 같은 제품군이다.
최 지사장은 “냉장고를 만들던 가전제품 회사가 홈뷰티 발광다이오드(LED) 마스크를 만드는 시대”라며 “전문가를 집으로 들이는 홈 디바이스 시장이 대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유로모니터는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세계적인 시장조사 회사다. 한국을 포함해 16개국에 지사를 두고 있다. 100여개 국가에 약 1000명의 현지 전문가를 두고 30여개 산업군 전반에 대한 시장조사를 벌인다. 최근엔 한·중·일과 유럽, 북미 등 국가의 일상 소비재 온라인시장 동향을 살피는 이커머스 솔루션을 론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