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수출역군으로 자리매김 한 농기계 업계가 ‘디지털’을 입히면서 한 단계 뛰어오를 채비를 하고 있다. 200조원에 이르는 세계 농기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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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농기계 대표기업인 대동(000490), TYM(002900)은 지난해 나란히 매출 1조원을 돌파(대동 1조4636억원, TYM 1조1672억원)했다. 해외실적의 호조에 힘입으면서다.
국내 농기계 업계 1위인 대동의 경우 농기계 매출 중 수출비중(작년 3분기 기준)이 75%에 이른다. TYM도 작년 트랙터 수출규모(잠정치)가 18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6% 상승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트랙터 매출(2343억원)의 77% 수준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2020년 10억2700만달러(1조3145억원)였던 농기계 수출액은 2021년 14억7400만달러(1조8867억원), 2022년 17억4200만달러(2조2297억원)으로 2년새 69.6%나 늘었다.
국내 농기계 업체는 가성비가 뛰어난 제품을 앞세워 미국의 ‘존디어’와 같은 세계적인 회사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국내 시장 규모가 한정적인 데다 성장세가 더딘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농업을 ‘새로운 먹거리’로 규정하고 빠르게 커가는 글로벌 시장은 반드시 뛰어들 수밖에 없는 기회의 땅이다.
세계 산업시장 조사전문기관 프리도니아에 따르면 지난 2017년 1260억달러(161조4060억원)였던 세계 농기계 산업시장 규모는 2021년 1570억달러(201조1170억원)까지 성장했다. 2021년 국내 농기계 시장규모(2조3000억원)의 약 100배나 되는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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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시장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글로벌 기업과의 기술력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국내 농기계 기업과 글로벌 기업 간 기술격차가 3.1년 정도 차이가 나는 것으로 평가했다.
김학진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교수는 “우리 기업이 농기계 제조와 관련한 기술력은 글로벌 기업에 비해 손색이 없는 수준”이라면서도 “인공지능(AI)을 위한 데이터 수집이나 적용 측면에서는 선진국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대동과 TYM은 농기계를 넘어 데이터 기반의 자율주행이나 로봇 개발 등 미래먹거리를 창출하기 위해 연구·개발(R&D)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등 적극적인 대처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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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기계 업계에서는 국내 농기계 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려면 정부 차원의 연구개발(R&D) 및 수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R&D 지원은 변화하는 업계 상황을 고려해 주무부처를 지정하지 말고 범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자율주행기술 등과 결합해 첨단산업 분야로 성장하고 있다”며 “자동차나 반도체 주력산업에 비해 정부 지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느끼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융복합형’ R&D를 실행하기 위해 농기계 관련 연구기관을 포함한 산학연 연계 클러스터를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농기계가 자율주행·인공지능(AI)·빅데이트 등과 접목해 첨단산업화하고 있어서다. 첨단 농기계에 대한 R&D와 시설투자 시 세액 공제를 확대하는 방안도 제기된다.
수출 지원을 위해 ODA(공적개발원조), 농촌진흥청 해외농업기술개발사업(KOPIA) 등과 연계를 꼽는다. 사업추진 시 국내 농기계 기업의 참여를 확대해 개도국 유망 시장 진출을 돕는 형태다.
정부는 업체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저리정책자금 규모를 2000억원에서 3000억원으로 확대하고, 스마트농업을 선도할 자율주행 등 첨단 농기계 R&D 예산도 지난해 111억원에서 올해 148억원으로 확대했다고 밝혔다. 아프리카에 중고농기계 ODA 지원 사업도 추진할 예정이며, 농기계 수출 전담조직도 조만간 기틀을 마련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R&D는 당장의 이익실현이 아닌 장기적 관점의 투자”라며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가능성을 보고 지원이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내수 시장의 성장이 정체된만큼 해외 진출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도록 전방위적인 정책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