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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협동조합과 사회적경제가 새로운 주목을 받는 것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드러난 금융자본 주도 자본주의의 취약성, 그리고 협동조합과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보여준 회복력과 지역경제에 대한 기여가 새롭게 평가되면서부터다. 또한 전지구적 과제의 공동 해결을 위해 모든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하기로 결의하고 있는 아젠다 2030 지속가능발전목표(SDGs)가 광범위한 지지를 얻으면서, 본성에 있어서 지속가능한 기업 모델로 여겨지는 협동조합과 사회적경제 조직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관심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선포했던 2012년 유엔이 정한 국제협동조합의 해에서 정점을 이뤘다. 동시에 최근 사회적경제 개념의 확산은 협동조합뿐만 아니라 다양한 조직형태들이 이윤이 아닌 사람을 중심에 두고, 민주적이고 참여적 운영을 함으로 새로운 개념과 방식의 경제가 가능함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유럽연합의 사회적경제 프로젝트, 협동조합을 비롯한 사회적경제에 대한 국제 통계 프로젝트, 국제노동기구의 공식 토론주제로 사회적경제 채택 등에서 확인되듯이 협동조합과 사회적경제를 단순히 어려운 이웃을 돕는 마음 좋은 사람들이 아닌 한 사회에서 중요한 무게와 역할, 의미를 갖는 실체로 인정하는 것이 전 세계적인 흐름이 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한국의 협동조합과 사회적경제의 경험이 K-Pop에 버금가는 전 세계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대기업들과 어깨를 겨누는 전통적 협동조합 부문과 동시에 풀뿌리 시민사회를 바탕으로 민주주의와 사회혁신을 이끌어가는 새로운 협동조합과 사회적경제의 역동성이 공존하는 흔치 않은 사례를 보여준다. 또한 국가와 지방정부의 다양한 제도적, 실질적 지원과 협력 생태계는 특히 많은 개발도상국에서 모범 사례로 여겨지면서 관심과 연구의 대상이 되고 있다.
혹자는 산업화, 민주화, K-Pop과 K-방역에 버금가는 한국의 대표상징으로 협동조합과 사회적경제의 역동성을 언급하기도 한다. 이번 12월 1~3일 그랜드워커힐에서 개최하는 제33차 세계협동조합대회는 코로나의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전 세계 협동조합인들이 한국을 찾아 한국의 경험을 세계에 알리는 기회가 될 것이다. 또한 한국의 협동조합과 사회적경제 당사자들도 보다 글로벌한 안목을 가지면서, 보다 혁신적인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는 교훈과 열정을 충전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과 빈번한 악천후를 통해 우리 주변에 성큼 다가온 기후위기는, 더이상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는 우리의 미래가 지속가능하지 않을 것임을 혹독하게 알려주고 있다. 사람을 중심에 두고, 자연과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주요 가치로 하는 협동조합과 사회적경제는 팬데믹 이후 새로운 세상에서 더욱 주목을 받게 될 것이다. 왜, 어떻게라는 질문이 협동조합 정체성의 깊이를 더하고자 하는 제33차 세계협동조합의 주요 토론주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