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업계는 최악에는 올해 ‘자동차 연간 생산 400만대’ 유지도 위태로운 지경에 몰릴 수 있다는 경고장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10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집계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 자동차 생산량은 402만9000대로 2017년(411만5000대)에 비해 2.1% 줄었다. 내수(-0.5%)와 수출(-3.2%)이 동시에 후진했다. 자동차 생산 상위 10개국 중 3년 연속 생산량이 감소한 국가는 한국뿐이다.
국내 자동차 생산량 감소로 한국은 세계 자동차 생산국 순위에서 멕시코에 6위를 내줬다. 그동안 한국은 중국, 미국, 일본, 독일, 인도에 이어 자동차 생산 6위를 유지해왔으나 연간 기준으로 멕시코에 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작년 멕시코 자동차 생산량은 411만대로 전년보다 1.0% 증가했다. 한국의 자동차 생산량 순위는 2016년 인도에 5위 자리를 내준지 2년 만에 한 단계 더 하락하며 세계 7위로 내려앉았다.
국내 자동차 생산은 2011년 466만대로 정점을 찍은 뒤 450만대 수준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2016년 현대·기아차의 장기간 파업에 따른 조업 차질 등의 영향으로 생산량이 30만대 이상 감소해 422만9000대로 급감했다. 2017년 411만5000대로 줄더니 작년에는 400만대 문턱을 간신히 넘었다. 세계 자동차 생산량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4.1%로 전년대비 0.1%포인트 줄었다.
현대차(005380)의 지난해 생산량(174만8000대)은 전년 대비 5.8% 늘었지만, 나머지 4개사 모두 부진했다. 기아차(000270)(146만9000대)도 3.5% 감소율을 보였고, 한국GM은 44만5000대로 14.4%, 르노삼성차는 21만6000대로 18.3%, 쌍용차(003620)는 14만2000대로 2.2% 각각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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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세계 ‘빅5’였던 한국 자동차 산업이 이처럼 후진한 데에는 국내 공장이 생산기지로서 매력을 잃은 탓이다. 지난해 2월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로 인한 생산 중단, 내수와 수출의 동반 부진과 미국과 중국 등 최대시장 수요 감소 등 자동차업계의 대내외 악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올해는 최악에는 ‘자동차 연간 생산 400만대’ 유지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07년 연간 400만대 생산을 달성한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 2009년을 제외하고 9년째 400만대를 지켜왔다.
특히 수출이 문제다. 작년 국내 자동차 수출은 245만대로 6년 연속 감소했다. 올해는 한국GM 스파크와 르노삼성차의 로그의 수출 중단을 앞두고 있다.
한국GM은 오는 5월부터 창원공장에서 생산해 유럽으로 수출하는 경차 스파크 생산을 중단한다. 모회사인 제네럴모터스(GM)이 2017년 회사 오펠, 복스홀 등 유럽 사업부를 매각하면서 올 하반기부터는 수출길이 막혔다. 지난해 스파크 수출물량은 9만8000여대다.
르노삼성차도 오는 9월 부산공장에서 생산해 북미로 수출하는 닛산 SUV 로그의 위탁 생산 계약이 종료된다. 작년 로그 수출량은 10만7000여대다. 르노삼성차 노조가 28차례 부분파업을 단행하는 등 장기화된 노사갈등으로 후속 물량을 배정받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로스 모저스 르노그룹 제조총괄 부회장은 임직원에게 보내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르노삼성 노조가 파업을 지속하면 로그 후속 물량 배정 협상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전했다.
한국을 잇달아 제친 인도와 멕시코는 임금수준 대비 높은 생산성으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은 대립적 노사관계와 경직된 노동시장 구조 등에 따른 고비용·저효율 생산구조가 굳어짐에따라 생산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 정책이 절실하다”며 “특히 글로벌 스탠다드 차원에서 법·제도 개선을 통한 협력적 노사관계 구축과 함께 연비 및 배출가스 등의 환경규제, 안전과 소비자 관련 규제도 산업경쟁력을 고려하여 혁신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