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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35개국 중 낙태불허 한국 포함 5개국 뿐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OECD 회원국들은 대부분은 유연하게 낙태 허용기간을 정해놓고 있다. 노르웨이는 임신 12주 이내의 경우 낙태를 모두 허용하고 있다. 의학적 사유, 유전적 사유, 강간이나 근친상간, 미성년자 등은 12주 이후에도 낙태가 허용된다. 뉴질랜드, 덴마크, 독일, 벨기에, 스웨덴, 스페인, 슬로바키아, 영국,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터키, 폴란드, 프랑스, 핀란드, 헝가리, 호주 등도 비슷하게 낙태를 허용한다. 네덜란드는 법적인 제한은 없다. 다만 13주 이후에는 승인된 기관에서만 낙태수술을 시술할 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나라는 아일랜드다. 아일랜드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가톨릭 국가다. 지난 1861년 낙태 금지법을 제정한 이후 157년간 이를 유지했다. 낙태를 하면 최고 징역 14년형에 처했다.
아일랜드에서 낙태를 허용했던 경우는 임부의 생명이 위독한 경우뿐이었다. 그나마도 지난 2012년 패혈증으로 유산 위기에 처했던 여성이 병원 측의 낙태수술 거부로 결국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자 마지못해 예외적으로 허용된 것이다.
아일랜드는 낙태 허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이를 위한 헌법 개정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쳤고, 지난 5월 찬성 66.4%, 반대 33.6%로 결국 낙태죄 폐지를 결정했다. 여성이 원할 경우 임신 12주 이내, 태아의 건강에 문제가 있을 때나 임부 건강이 위험할 때에는 12∼24주 사이 낙태가 가능해졌다. 앞서 아일랜드는 1983년 개헌을 통해 낙태를 금지했다. 이때 제정된 수정 헌법 제8조는 산모와 태아의 생명권에 동등한 권리를 부여했다.
◇아일랜드 이어 폴란드·칠레 등으로 낙태 허용 확산
아일랜드 사례에서 볼수 있듯이 낙태가 불법인 나라에서도 낙태 허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폴란드에서는 지난 2016년 여성들이 ‘검은시위’를 벌여 전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폴란드 보수세력은 산모의 생명이 위험할 경우를 제외하고 낙태를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전국에서 여성들이 생식권에 대한 애도의 의미로 검은 옷을 입고 거리로 쏟아져 나오면서 법안은 결국 부결됐다.
칠레는 어떠한 경우에도 낙태를 허용하지 않는 엄격한 낙태금지법을 시행하는 국가였다. 하지만 지난해 관련법을 손질해 성폭행이나 임부의 생명이 위험한 경우 등 예외적 경우에 한해 낙태를 허용하는 등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김동식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젠더폭력·안전연구센터장은 “국제사회에서는 이미 1994년 카이로 국제인구개발회의를 통해 여성의 임신과 출산에 대한 인식 전환을 공식적으로 선언했던 내용이 우리나라는 이제서야 논의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는 낙태관련 문제에 있어서는 시대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