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공공관리자 제도 도입 4년 만에 관련 규정을 손보기로 한 것은 이 같은 불만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건설업계 등에서는 서울시가 ‘사업시행인가’ 이후에만 시공자를 선정할 수 있도록 한 의무 조항이 사업 지연의 결정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해 왔다. 자금력이 부족한 재개발·재건축 조합은 건설사 대여금을 사업비로 쓰는 것이 관행처럼 자리 잡아왔다. 그러나 시공자를 늦게 선정하면 사업 초기 자금을 융통할 수 있는 길이 막힌다. 잇딴 민원에 정부가 제도 전반을 뜯어고치겠다고 나서자 서울시가 뒤늦게 보완책을 마련하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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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자 선정 시기도 서울시가 사업시행인가 이후, 경기도는 조합설립인가 이후로 제각각이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주민 과반수가 원하면 공공관리제를 강제로 적용하지 않고, 시공자도 조합설립 후 선정할 수 있도록 법 규정을 개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관련 법에서 지자체 위임 조항을 없애 서울시를 경기도처럼 바꿔놓겠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시공자 선정 시기를 앞당기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은 이런 정부 방침에 대해 타협의 여지를 열어놓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서울시와 업계는 정부 방침대로 법 조항을 바꿀 경우 관련 제도가 무력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주민 선택제를 도입한 경기도의 경우 공공관리제를 선택한 구역이 단 한 곳도 없다. 경기도 관계자는 “현장에서 공공의 위탁 관리를 간섭이나 규제로 여겨 제도 도입을 크게 꺼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다만 서울시는 공공관리제 자체가 사업 지연의 근본적인 원인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공공관리제 도입 이전인 2009년 7월~2010년 9월 사이 서울에서 시공자를 선정한 재개발·재건축 구역 92곳 중 자금 차입이 원활한 곳은 35개 구역(38%)에 불과하다. 특히 시공자를 선정해 놓고도 사업비를 구하지 못해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는 조합이 27곳에 달한다. 같은 조합 단계이면서 자금 차입이 원활한 구역(6곳)의 4배가 넘는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지금 정비사업 추진이 어려운 것은 주택 경기 불황이 근본적인 문제”라며 “마치 공공관리제 탓에 사업 진행이 어렵다고 하는 것은 문제의 원인을 다른 데서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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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정책연구실장은 “턴키 방식은 향후 설계 변경이 이뤄져도 공사비를 올리기 어려워 건설사가 환영할지 의문”이라며 “입찰가격이 오르고 설계 능력을 갖춘 대형사 쏠림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다음달부터 국토부와 공공관리제를 놓고 절충점을 찾기 위한 본격적인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는 “공사비를 높여야 이익인 시공사와 사업 시행자인 조합은 근본적으로 이해 관계가 다르다”며 “정비사업을 시장 자율에 맡기는 것보다 공공관리제의 미비점을 보완하고 향후 재생전문기구를 육성해 관리하는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제기된 문제점들에 대해 적극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공공관리자 제도
구청장 등 공공관리자가 추진위원회 구성부터 시공자 선정까지 재개발·재건축 사업 전반을 관리 감독하는 제도. 조합 집행부와 정비업체, 시공사 간 뒷돈이 오가는 음성적인 관행과 공사비 증액으로 인한 갈등을 차단하고 사업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서울에서는 2009년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2010년 7월 16일부터 전면 시행됐다. 시공자를 사업시행인가 이후 선정하도록 한 규정은 2010년 10월부터 서울에만 적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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