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주산지로 잘 알려진 동해안에서는 수확량이 크게 줄었지만 서해 일부 해상에서는 ‘대풍’을 맞고 있는 기(奇)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동중국해로부터 서해 쪽으로 난류가 유입되면서 태안을 비롯한 서해안에 오징어 어장이 다수 형성됐다는 분석이 따른다. 폭염 등 기온 상승과 강수량 변동성 확대가 수온과 수량·수질 변화로 이어지면서 해양 수산물 생태계에 영향을 미친 셈이다.
|
반면 동해안 어민들은 주력 어종이던 오징어 수확량이 최근 크게 줄어들면서 울상이다. 올해 역대급 폭염으로 강원도 인근 동해 해상 수온이 크게 오른 탓이다. 실제 지난달만 해도 1000t이 넘었던 강원 동해안의 오징어 어획량은 이달 들어 역대급 무더위가 이어지며 보름 동안 150t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추세라면 월말까지 감안하더라도 급감한 수준이다.
강원 강릉 주문진항 한 어민은 “6월에는 하루 출항해 두 바리(4000마리)씩 잡아 온 배들이 많았는데, 요새는 1000마리 정도로 양이 많이 줄었다”고 했다.
수확량이 줄다보니 전반적 위판 가격 역시 오르고 있다. 강릉시수협에 따르면 현재 오징어 가격은 평년 성어기에 비해 20~25% 상승한 가격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
강원도는 동해안 명태 자원을 되살리기 위해 올해 5월 어린 명태 20만 마리를 고성 앞바다에 내보내기도 했다. 지난 2015년 12월부터 11차례에 걸쳐 어린 명태 총 162만 마리를 방류했지만 빠르게 바뀌는 환경 탓에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남해 일대에서 많이 잡히는 한대성 어종인 물메기(곰치) 어획량도 대폭 줄어 ‘곰치’가 아니라 ‘금(金)치’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따뜻해진 바다에 어업지도가 바뀌면서 제주 특산물로 여겨졌던 ‘겨울 대방어’가 최근 경북 울진과 영덕 일대에 더 많이 잡히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최근 50년간(1968~2018년) 전 지구의 표층수(바다 표면과 가까운 해수) 수온은 약 0.48도 올랐지만 우리나라 연근해 표층수온은 1.23도 상승했다. 전 세계 평균에 비해 약 2.6배 큰 가장 높은 수온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으로 장기적인 겨울철 몬순(monsoon·계절풍) 약화로 겨울철 수온 상승이 가장 큰 부분으로 꼽는다. 저위도에서 한반도 해역으로 열을 수송하는 역할을 하는 대마난류의 세기 역시 1980년대 중반부터 강한 세력을 유지하는 것도 요인이다.
한인성 국립수산과학원 기후변화연구과 연구관은 “이상 기후뿐 아니라 불법 조업과 남획 등 복합적 요인이 주요 어종들의 생리와 해양생태계에 변화를 줌으로써 산란 시기와 장소 변화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수온이 상승하는 것은 정착성 해양생물의 서식지를 점차 북쪽으로 이동시키면서 대부분 상업성 어종들의 회유 경로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