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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로 한진그룹 총수일가에 이뤄졌던 전방위적 수사가 일단락되면서 흔들렸던 조직을 재정비하는데 힘쓴다는 계획이다.
31일 한진그룹에 따르면 창립기념일 당일은 휴무일로 지정하고 다음날인 2일 오전 한진빌딩 본관에서 ㈜한진이 주최하는 창립 73주년 기념식을 진행할 계획이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창립기념식은 내부행사로 조용하고 간단하게 진행할 예정”이라며 “근속 및 우수 직원들을 포상하고 격려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진그룹의 창립기념일은 그룹의 모태인 ㈜한진의 시작과 함께한다. 육·해·공 수송그룹 경영을 통해 ‘수송보국(輸送報國)’을 이루겠다던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의 꿈은 현재진행형이다. 한진해운이라는 한 축을 잃었지만, 문어발식 경영보다 특히 수송이라는 한 우물에 집중해 항공(대한항공(003490))과 물류(한진(002320))에서는 꾸준히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고유가와 고환율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대한항공과 한진의 실적은 선방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3분기 대한항공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7.44% 늘어난 3조4529억원, 영업이익은 0.39% 감소한 3541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진은 매출 5088억원, 영업이익 15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44%, 40.37%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진그룹은 내년 대한항공 50주년을 맞아 민간 항공의 발전사를 집대성한 사사(社史)를 발간하며 그룹의 또 다른 전환점을 마련할 계획이다. 사사에는 회사의 성장사를 조명하고, 수송으로 국가에 보답한다는 ‘수송보국’의 창업정신과 ‘글로벌 명품 항공사’ 비전을 담을 예정이다.
그동안 한진그룹의 가장 큰 악재는 전방위적 수사였다. 한진그룹은 지난 6개월간 검찰 등 11개 기관으로부터 18차례 압수수색을 겪었으며, 한진그룹 총수 일가는 포토라인에 14번 섰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횡령·배임·사기, 약사법 위반 등 6가지 혐의로 불구속으로 재판에 넘겨지는 것으로 일단락됐지만, 아직 밀수·탈세 관련 관세청 조사 등은 진행 중이다.
잇단 악재를 딛고 한진그룹의 최고경영진은 최근 대외 활동을 본격화했다. 지난 18일 조 회장은 제30차 한미재계회의에서 위원장을 맡았으며, 조원태 태한항공 사장은 제62차 아시아태평양항공사협회(AAPA) 사장단회의를 주관하며 대외 경영 행보를 본격화했다. 조 사장은 지난 30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열린 제38회 항공의 날에 참석해 “수익성 개선과 주주 이익 가치를 높이겠다”고 강조하며 경영의지도 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