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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영 공동대표는 13일 경기도 판교에 있는 카카오뱅크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갖고 “현 수준에서 1000만명 이상으로 고객 수가 늘어난다는 건 단순히 산술적으로 2배 증가하는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포털 사이트 다음 등 정보통신기술(ICT)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윤 대표는 1000만명이라는 숫자가 갖는 의미와 관련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1000만명 이상 내려받은 ‘카카오톡’ 앱을 선례로 꼽았다. 그는 “1000만명이 모인 네트워크가 가진 파급력은 상상 이상”이라며 “이는 규모의 경제가 가능한 시작점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표는 특히 1000만명 이상의 고객을 확보한다면 시중은행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각 은행별 모바일뱅킹 총 가입자 수(올해 1월 기준)를 보면 △KB국민은행 ‘KB스타뱅킹’ 1360만명 △우리은행 ‘원터지개인뱅킹’ 1277만명 △농협은행 ‘NH스마트뱅킹’ 1078만명 △신한은행 ‘S뱅킹’ 1047만명 순이다. 순수 모바일뱅킹 고객 수로만 본다면 카뱅이 국민은행을 제치고 1등 은행이 될 수 있는 셈이다.
고객 유입 속도도 고무적이다. 윤 대표는 “지금도 아무 광고를 안 해도 일 평균 5000~7000명이 유입되고 있는 만큼 인터넷전문은행이 은행의 한 축으로 자리 잡으면 시중은행에서 카뱅으로 넘어오는 이동 고객과 신규 고객 유입 속도가 굉장히 빨라질 것”이라며 “작년 출범 때는 얼리어답터 유형 고객들이 대거 유입됐다면 이제는 보다 신중한 고객들이 가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직원 수가 늘어나는 것에 비해 수익성 개선 속도가 느린 것에 대해 윤 대표는 크게 걱정할 것이 못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에서는 은행을 모바일로 경험한 사람이 없었지만 미국 등 선진국은 인터넷은행이 보편화 돼 있다”며 “카뱅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은 카뱅의 고객 수(639만명)와 임직원(현 400명가량) 수를 얘기해주면 카뱅의 성장 속도에 놀라워 한다”고 말했다.
트래픽(가입자수)만 모이면 얼마든지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외국인들은 경험해봤기 때문이라 게 윤 대표의 설명이다. 트래픽은 단순히 고객이 많이 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팬덤(fandom)이 생기고 팬심이 생기는 것으로 언제든지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회사로 성장할 수 발판이 된다는 얘기다.
윤 대표는 “이용우 공동대표와 함께 김범수 카카오 의장에게 카뱅을 하겠다고 프리젠테이션(PT) 할 당시에도 언제 손익분기점(BEP)를 맞추겠다는 것보다 고객들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느냐가 주요 이슈였다”며 “현재 인력 채용 등의 비용은 혁신을 위한 가치 창출에 필요한 차별화 비용으로 인식하고 있는 만큼 그 차별화를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 것인지가 주요 포인트”라고 귀띔했다.
윤 대표는 은산분리 규제 완화가 무르익어 가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서는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윤 대표는 “카뱅을 시작할 당시에도 은산분리 규제 완화가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며 “은산분리 규제 완화가 현실화되고 인터넷전문은행 추가 인가도 공식화하면 제3호 사업자가 수면 위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고객 유입 속도 측면에서 카뱅에 상대적으로 뒤떨어지고 있는 케이뱅크에 대해 윤 대표는 “은행산업 전체에서 카뱅과 케뱅이 차지하는 부분은 1%가 채 안 된다”며 “카뱅은 케뱅과 일종의 파트너로 둘이 함께 1년간 겨우 바늘로 거대한 댐에 물꼬를 틔웠는데 한 명이 아니라 두 명, 세 명이 계속 찔러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카뱅과 케뱅 모두 혜택을 받은 만큼 앞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이 금융의 대세가 될 수 있도록 케뱅 역시 정말 잘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