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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안승찬 특파원]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세자인 32살 모하마드 빈 살만은 야심가다. 그는 사우디를 석유에 의존하지 않는 국가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석유시대 이후에도 사우디의 부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24일(현지시간) 모하마드 왕세자는 초대형 첨단 도시인 ‘네옴(NEOM)’ 건설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리야드에서 열린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FII) 행사장에서 공개한 내용이다.
사우디 북서부의 홍해 바닷가 사막 지역에 서울의 44배 넓이(2만6500㎢)의 신도시를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홍해를 가르는 다리를 놓아 사우디와 요르단, 이집트를 연결하는 허브 도시로 키우겠다는 프로젝트다. 사우디는 네옴 프로젝트에 총 5000억달러(약 564조원)를 투자할 예정이다.
네옴은 단순히 큰 도시가 아니다. 모든 에너지는 풍력과 태양광으로 대체되고, 인구보다 많은 로봇이 인간의 단순 노동을 대신하는 미래형 도시로 조성될 것이라고 사우디는 밝혔다.
모하마드 왕세자는 “네옴은 가장 안전하고 효율적이며 미래 지향적인 최고의 주거지와 사업 공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네옴 프로젝트는 사우디 정부의 기존 규제와 독립적으로 진행된다”며 “사업 추진의 단계마다 투자자, 관련 사업가, 혁신가의 조언을 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하마드 왕세자는 사우디의 개혁을 이끌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인 사우디의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주식시장에 상장하겠다는 계획도 그의 손을 거쳐서 나왔다. 그 돈으로 국부펀드를 조성해 사우디에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겠다는 구상이다.
아람코의 기업공개(IPO)는 내년에 진행될 예정이다. 아람코의 지분 5%를 뉴욕증시에 상장할 경우 IPO 규모는 사상 최대인 1000억달러(약 113조원)가 될 전망이다.
사우디의 최대 실세인 모하마드 왕세자는 사우디의 전부를 바꾸려고 한다. 그는 최근 종교적 이유로 금기였던 여성의 운전 허용과 사회 진출도 허용했다.
하지만 회의적인 시각도 나온다. 런던스쿨어브이코노믹스의 스테판 듀크 교수는 “꿈꾸는 것은 쉽고 성취하는 것은 어렵다”면서 “네옴이 국제적인 허브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기존의 두바이보다 더 나은 무엇인가를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