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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텔·원룸 임대차시장에서 최대 3개월 단위로 월세 계약을 맺는 단기 임대 물량이 쏟아지고 있다. 오피스텔·원룸 공급이 집중된 서울 강남구와 영등포구 등을 중심으로 한 달치 임대료를 보증금으로 내고 월세 계약을 맺는 미국식 임대차 방식이 국내에 자리잡기 시작한 것이다. 오피스텔·원룸 임대 수익률이 꾸준한 내림세인데다 기준금리 추가 인하까지 더해지면서 단기 임대로 돌아선 집주인이 급증했다는 게 공인중개업소의 설명이다. 그러나 무턱대고 단기임대를 운영할 경우 관리에 애를 먹거나 자칫 공실로 남을 수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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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간 출장에 나선 회사원이나 원정 성형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이 찾던 단기 임대는 최근 들어 보증금이 부담되는 젊은 직장인들에게까지 대상 범위가 확대되는 분위기다. 전용면적과 방 구조에 따라 보증금과 월세 45만원짜리 매물부터 최고 600만원을 웃도는 매물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실제로 모바일 부동산 중개 앱인 직방에서 역삼역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있는 단기 임대 매물을 검색하니 970여건이 나왔다. 중복 매물을 제하더라도 수백 개 가까운 단기임대 매물이 이 지역에 몰려 있는 것이다. 역삼동 R공인중개사 관계자는 “강남지역의 오피스텔·원룸은 전·월세보다 단기 임대가 더 많다”며 “집주인들이 낮아진 수익률을 메우기 위해 보증금을 낮추고 월세를 높이는 쪽으로 속속 돌아서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시내 오피스텔의 수익률은 2011년 1분기 5.66%에서 올해 1분기 5.28%로 5년간 꾸준한 내림세다. 1억원을 투자해 산 오피스텔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이 566만원에서 528만원으로 38만원 줄어든 셈이다. 공실(빈집)에 따른 기회비용과 오피스텔 매입에 들어간 대출금 이자 비용 등을 합치면 실제 투자 수익률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한국은행이 최근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하면서 1000만~2000만원 수준인 보증금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마저 말라 붙었다. 이 때문에 과감히 보증금 받기를 포기하고 월세를 높이는 단기 임대 매물이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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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임대를 운영하면 일반 월세보다 얼마 만큼의 수익을 더 낼 수 있을까. 2012년 강남구 역삼동에 입주한 전용 22㎡짜리 S오피스텔 임대료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가 80만원이다. 이 오피스텔을 단기 임대로 돌리면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1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보증금을 낮추고 월세를 높여 한 달치 월세 수입이 20만원이나 늘어난 것이다. 연간 소득으로 따져도 960만원에서 1200만원으로 수익률이 25%(240만원)나 껑충 뛰었다.
수익률을 단번에 끌어 올릴 수 있는 단기 임대이지만 1년에 한 번 계약하는 일반 월세와 달리 1년 내내 세입자가 바뀔 수 있어 계약이나 청소·관리 등에 자주 신경써야 하는 것은 단점으로 꼽힌다. 싼 보증금에 세입자가 월세를 안 내고 버티거나 수시로 찾아오는 공실에 대한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당산동 D공인중개사 대표는 “높은 월세에 단기 임대를 시작했다가 혼자 하기 버겁다며 어려움을 털어놓는 집주인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박승국 라이프테크 대표는 “단기 임대는 일반 월세와 달리 초역세권이나 직주근접 지역에 있더라도 공실의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외국인이나 출장객 등 각 수요층에 특화된 옵션이나 인테리어 구성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