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나 한은이 경제에 온기를 불어넣기 위해 기준금리를 두 번 내려 사상 최저 수준인 2.0%까지 끌어내렸지만, 기업들이 느끼는 자금사정은 더 나빠졌다. 중앙은행이 돈을 풀어도 실물로는 돈이 돌지 않는 유동성 함정에 빠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
제조업 BSI는 지난 5월 이후 넉 달째 하락하다 9월 상승 반전하는 듯 했으나 이달 한 달 만에 다시 하락했다. BSI가 100이하이고, 숫자가 낮을 수록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들이 많다는 의미다.
박동화 한은 기업통계팀 차장은 “유로지역 경기부진과 중국 경기둔화 우려, 환율 변동폭 확대 등으로 전기전자업종, 1차 금속업종의 업황이 나빠졌다”며 “스마트폰 등의 판매 부진으로 관련 부품을 만드는 업체도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출과 내수기업 모두 체감경기가 악화됐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각각 76, 67로 전달보다 2포인트, 4포인트 하락했다. 수출과 내수기업도 70, 73으로 2포인트, 3포인트 떨어졌다. 전달엔 중소기업과 내수기업의 BSI가 각각 6포인트, 5포인트로 큰 폭으로 오르며 전체 제조업 BSI 상승을 이끌었으나 이달 들어선 다시 위축됐다.
원화 가치가 하락해 달러-원 환율이 오르자 매출 실적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졌지만, 채산성이나 자금사정은 더 나빠질 것이란 우려가 컸다. 매출BSI는 84로 3포인트 오른 반면, 채산성BSI는 1포인트 떨어진 87을 기록했다. 특히 이달 금리를 2%까지 인하했음에도 자금사정BSI는 84로 2포인트 하락했다.
박 차장은 “환율이 올라 일부 업종의 매출이 올랐지만, 이는 일시적인 것으로 보인다”며 “세계 경제가 안 좋고 불확실성이 높은 것이 업황에 더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금리 인하에도 자금사정이 나빠진 것에 대해선 “BSI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많은데 중소기업들은 금리 인하 효과에 대한 체감이 덜 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제조업체들은 불확실한 경제상황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다. 경영애로사항을 묻는 질문에 불확실한 경제상황을 꼽는 응답자의 비중이 18.9%로 전달보다 2.9%포인트 증가했다. 그 대신 내수부진과 환율을 꼽는 응답자 비중은 각각 24.2%, 8.7%로 전월보다 1.1%포인트, 2.6%포인트 감소했다.
소비심리가 위축되다보니 서비스업 중심의 비제조업 업황 BSI도 3포인트 하락한 67로 조사됐다. 11월 업황 전망BSI는 7포인트나 떨어진 67로 집계됐다. 박 차장은 “한은이 경제전망을 하향 조정한 데다 주가지수가 하락하고 소비심리가 악화된 것이 원인”이라며 “운수업종, 여가 관련 서비스업종 등이 경쟁심화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서비스업의 경우 매출, 채산성, 자금사정 등이 모두 악화됐다. 매출BSI는 2포인트 떨어진 78, 채산성BSI는 5포인트 하락한 79, 자금사정BSI는 3포인트 떨어진 83으로 조사됐다. 이들도 불확실한 경제상황, 내수부진, 경쟁심화 등을 경영애로사항으로 꼽았다.
소비심리와 기업심리가 모두 악화되다보니 소비자심리지수(CCSI)와 BSI를 합성해 만든 경제심리지수(ESI)는 92로 추락했다. 지난해 1월(91) 이후 가장 낮아진 것이다. 전월 대비 5포인트나 하락해 2012년 6월(5포인트 하락)이후 하락폭이 가장 컸다. 그나마 순환변동치는 95로 5개월째 변함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