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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상(66) 전 고려대 총장이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 정책에 우려를 나타냈다. 대학의 연구·교육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31년간 대학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뒤 지난 2월 고려대 교수직을 정년퇴임한 그는 현재 서울대 경제학부에서 초빙교수 자격으로 학생들에게 ‘화폐금융론’과 ‘주식·채권·파생상품론’을 강의하고 있다.
이 전 총장은 “정부가 의도한 대로 구조조정을 추진하면 대학의 연구·교육은 당국자들의 철학과 의지에 따라 바뀌게 된다”며 “차라리 시장논리에 따라 진입과 퇴출을 용이하게 만드는 게 낫다”고 말했다. 지금과 같이 학생 충원율과 취업률 등을 기준으로 대학을 평가하면 기초학문이 고사할 수 있다는 주장과 같은 맥락이다. 그는 “만약 신자유주의적 사상을 가진 대통령이나 장관이 대학을 재단하게 되면 대학들은 취업이 어려운 학과는 폐지하게 될 것”이라며 “극단적인 경우 대학의 자유로운 학문 연구가 위협받고 획일화된 체제가 들어설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전 총장은 단기간에 구조조정의 효과를 보려는 태도를 경계했다. 1996년부터 대학설립준칙주의가 시행된 뒤 약 7년에 걸쳐 대학 수가 94개교나 급증한 만큼 대학 난립에 따른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그에 상응하는 기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전 총장은 “오랫동안 형성돼 온 문제를 해소하는 데에는 그만큼의 시간이 또 필요하다”며 “대학이 스스로 운명을 결정해 시장에서 나갈 수 있게 ‘출구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5년 뒤인 2018년부터 대입 정원이 고교 졸업자 수를 초과하는 ‘역전현상’이 나타나는 만큼 대학 스스로 존·폐를 결정할 수 있게 법적인 부분부터 정비하자는 제안이다. 현행 사립학교법은 학교법인이 해산하면 잔여 재산을 국가에 귀속시키도록 하고 있다. 지난 18대 국회에서는 사립대 법인의 잔여 재산을 공익법인으로 전환(정부 안)하거나 일부를 설립자 측에 돌려주자는 법안(김선동 안)이 발의됐으나 18대 임기만료와 함께 폐기됐다.
지금은 민병주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해 7월 발의한 ‘사립대학 구조개선 촉진·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남아 있다. 사립대 법인 해산 시 잔여재산을 설립자 등의 생계비 용도로도 돌려줄 수 있게 한 게 특징이다. 법인 해산을 망설이고 있는 대학 설립자들이 결단을 내리도록 유도하는 출구전략인 셈이다.
이 전 총장은 ‘대학의 상업화’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그는 “기업이 기부금을 냈다고 해서 대학 내 편의시설로 이익을 보겠다거나 대학의 학문을 자신들이 원하는 쪽으로 개편하려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재정적 기여를 대가로 대학에 기업논리에 맞춘 연구물을 요구하거나 교육과정 개편을 압박하지 말라는 당부다.
이 전 총장은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정부의 행정·재정적 지원과 국민들의 희생이 있었다”며 “대학에 대한 대기업의 조건 없는 기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전 총장은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경영학박사학위를 받았다. 1982년부터 고려대 경영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기획처장 △기업경영연구원장 △경영대학장 겸 경영대학원장 △총장 등을 역임했다. 대외적으로는 △경실련 정책위원장 △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장 △한국재무학회장 △감사원 부정방지대책위원 등을 지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