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대상공연] 전통가락에 실린 '평창의 바람'

문화부 기자I 2013.09.02 07:10:00

- 심사위원 리뷰
공명의 콘서트 ''고원''
PVC파이프 악기로…독창적인 퓨전국악
직접 촬영한 자연풍광에 힐링이 절로

공명의 콘서트 ‘고원’ 공연 모습.


[현경채 심사위원] ‘642/1000th.’ 월드뮤직크룹 공명의 콘서트 ‘고원’을 소개하는 인쇄물에 쓰인 숫자다. 알 듯 모를 듯 한 이 숫자의 의미는 무엇일까.

공명은 그동안 자연을 소재로 한 작품을 꾸준히 발표해 왔다. 2010년에는 대나무를 소재로 숲의 하루를 음악으로 그려낸 ‘스페이스 뱀부’(Space Bamboo)를 선보였고, 2011년에는 한국의 섬과 바다가 만드는 소리를 담은 ‘위드 시’(With Sea)’로 관객과 만났다. ‘위드 시’는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50회 장기공연을 한 바 있다. 이번 콘서트의 주제는 산과 자연이었다. 자신들의 감성으로 바라본 평창 일대 운두령·성마령·청옥산 등을 음악으로 표현했다.

한 편의 로드무비를 보는 듯 그들이 직접 촬영한 평창 일대의 동영상이 수채화 같이 음악과 함께 펼쳐졌다. 영상도 아이디어도 좋았다. 음악만으로도 충분히 힐링이 되는 듯했다. 잉카와 안데스 산맥에는 아직 못 가 봤지만 눈을 감으니 평창으로, 멀리 안데스로 훌쩍 순간 여행을 떠나는 느낌이 들기에 충분했다. ‘구상나무’란 곡에서 보여준 흰색 PVC파이프로 제작된 새로운 악기는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푸야라(fujara)’라는 이 악기는 콘트라베이스처럼 낮은 소리가 났다. 멤버 중 손재주가 가장 좋은 송경근이 제작하고 직접 연주했다. 푸야라와 물 담긴 와인잔 두 개의 음색은 신비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번 공연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길 위에서 별을 만지다’가 초연되던 순간이다. 청옥산에서 촬영된 하늘 가득한 별 영상과 함께 연주됐다. 별똥별도 북두칠성도 볼 수 있던 이 영상은 별을 5초 단위로 2시간 동안 촬영한 사진을 빠른 속도로 상영한 것이다. 공연 중 관객 한 명이 청옥산 캠핑장으로 초대됐고 ‘드르륵 드르륵’ 커피콩을 직접 갈아 커피를 내려주며 이야기를 나눴는데 커피향이 객석으로 밀려왔다. 손님은 커피를 마시고, 멤버는 몇 개의 간단한 악기로 연주를 했다. 별을 보고 커피향을 맡으며 순간 가족·친구와 이런 시간을 가졌던 게 언제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슴 저기 아래서 뜨거운 것이 올라오는 잔잔한 감동을 받은 순간이었다.

이어진 ‘워크 어바웃’이란 곡은 여행길의 하늘과 구름 등의 자연풍광을 음악과 함께 어우러지게 했다. 산 고개를 넘고 있구나, 바람을 맞네 등 고된 작업 뒤에 얻은 평화로운 영상과 음악이 거기에 있었다. 다만 퍼포먼스와 분위기는 최고였는데 선율이 다소 가벼운 건 아쉬움으로 남는다.

공명은 박승원·송경근·강선일·임용주 등 4명의 남성으로 구성된 팀이다. 한국 전통음악 장단을 바탕으로 한 독창적인 음악으로 해외페스티벌과 아트마켓 등의 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해 왔다. 2007년에는 ‘밴쿠버 뮤직 페스티벌’과 ‘멜버른 국제 아트 페스티벌’에서 초청공연을 했으며 2008년에는 월드뮤직 엑스포 워멕스에 한국 최초로 참가해 우리음악의 월드뮤직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642/1000th’는 계획하고 있는 1000번의 단독공연 중 이번에 642회라는 뜻이었다. ▲국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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