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休] 중국 속의 또다른 중국 '하이난'을 가다

이승형 기자I 2012.11.27 07:00:14

한국인 겨울골프메카였던 하이난, 최근 3년새 관광객 수 급감
지난 14일 전세기 취항을 계기로 제2의 붐 조성에 나서

[하이난=이데일리 이승형 선임기자]지구상에서 북위 18도가 갖는 의미는 색다르다. 태양과 바다가 있고, 섬과 야자수가 있으며, 게으른 낮잠과 시원한 박하주스가 있는 곳.

인간들은 이 곳으로의 도피를 꿈꾸며 1년 내내 마음 속의 짐을 꾸린다. 하와이안 셔츠를 입어줄까, 선글라스는 꼭 챙겨야지. 비키니가 좋을 텐데, 책도 한 권 가져가야겠군.

북위 18도는 싸이의 노랫말처럼 ‘너와 함께 떠나면 거기가 바로 지상 낙원인 곳’이다. 열대와 아열대의 경계선 위에 하와이, 몰디브, 발리, 카리브해 연안의 유명한 섬들이 이름을 올린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는 중국의 최남단 섬 하이난(海南)도 있다.
하이난 산야의 아룽완 해변. 하이난=이승형 선임기자
◇ 반세기가 공존하는 하이난…섬 전체가 복합테마파크

총면적 3만4000평방㎞ . 제주도 면적의 19배. 공식 인구 850만명. 하이난은 큰 섬이다. 제주도가 높이에 따라 기온과 풍광이 다르다면 하이난은 넓이에 따라 그 차이를 보인다. 북쪽은 아열대, 남쪽은 열대의 기후로 나뉜다.

“소머리는 비를 맞고, 소꼬리는 햇볕을 쬔다”는 여기 속담처럼 이 곳의 날씨는 여느 열대 섬처럼 변덕을 부린다. 연 평균 기온은 섭씨 24도.

이 섬에는 한족, 여족, 묘족, 회족을 비롯한 37개 민족이 어울려 산다. 그들이 각기 유지하는 민족문화와 생활방식은 뭍의 관광객들에게는 풍성한 볼거리다.
하이난 원숭이 섬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수상가옥들. 이 곳에 주민들은 모두 고기잡이로 생계를 꾸리는데 최근 다금바리와 바닷가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부자들이 됐다는 게 여행가이드의 설명이다.
하이난=이승형 선임기자


서핑,세일링,다이빙, 낚시 등의 해상스포츠는 물론이고, 골프, 온천, 소수 민족 문화관광까지 곁들이니 섬 전체가 복합테마파크다. ‘놀 것’과 ‘볼 것’, ‘쉴 것’이 적절히 배치돼 있다.

이 섬에서는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풍경이 달라진다. 해변에는 최신식 수영장을 갖춘 호텔과 빌라들이 즐비하지만 변두리로 조금만 벗어나도 논밭 사이 60년대 식민지 풍의 가옥과 슬래트 지붕에 돌을 얹은 판잣집들을 보게 된다.

도심에도 번쩍이는 고급 외제차와 문짝 없는 삼륜차들이 함께 뒤엉켜 달리고, 항만에는 비린내 나는 어선들과 흠집 하나 없는 매끈한 요트들이 다같이 정박돼 있다.

서로 다른 기후와 민족과 문화와 시간이 공존하는 곳, 하이난은 그런 곳이다.

◇ 하이난의 대표 휴양지 ‘산야’

“불과 3,4년전만 해도 30평에 1억원하던 아파트 값이 5,6억으로 뛴 겁니다. 평당 7000만원 하는 고급 별장까지 나온 겁니다. 홍콩의 부동산자본이 들어오게 된 겁니다.”

흑룡강성 출신 여행 가이드 심옥단씨가 독특한 말투로 말한다. 그녀의 말처럼 하이난은 2009년말 중국 정부로부터 경제관광특구로 지정된 이후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고 있다.

남쪽의 대표 휴양지인 산야(三亞)에도 해변을 중심으로 70여개의 특급호텔과 리조트들이 줄지어 있다. 르네상스, MGM그랜드, 힐튼, 쉐라톤, 세인트레지스 등 세계적인 브랜드 호텔들이 즐비하다.

이 중 르네상스 호텔의 경우 중국에서 가장 큰 수영장과 가장 어려운 골프 코스로 유명하다. 내년에는 호텔 20여개가 더 지어진다. 그러다보니 섬 이곳 저곳에는 건물과 도로 공사 팻말이 붙어 있다.

산야에서는 이발소나 맥주집에서 보던 진부한 달력 사진이 재현된다. 야자수들이 늘어선 백사장,선탠을 즐기는 여인들, 붉은 태양과 푸른 바다. 산야의 아룽완(亞龍灣)과 하이탕완(海棠灣)은 해변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특히 하이탕만에 위치한 우즈저우다오(蜈支洲島)는 군사통제구역이었으나 2010년 해제돼 인간의 손길이 덜 미친 ‘유기농 바다’로 각광을 받고 있다.

물놀이가 지겨워지면 원숭이 1800마리가 재롱을 선보이는 ‘원숭이섬’이나 묘족들이 살고 있는 민속촌 ‘삥랑빌리지’을 가보는 것도 좋다.
하이난 원숭이섬에서 본 동상. 근엄한 표정의 원숭이가 책 위에 앉아 손에는 해골을, 발로는 콤파스를 들고 있는 모습이 영화 ‘혹성탈출’을 연상케 한다. 하이난=이승형 선임기자


◇ ‘하이커우’에서 즐기는 골프

하이난은 골퍼들에겐 천국이나 다름없다. 정복하고 싶은, ‘잘 빠진’ 골프장들이 곳곳에 흩어져 있다. 이 가운데 하이난 북쪽 해변에 위치한 하이커우(海口)에는 타이거 우즈, 로이 맥길로이 등 세계 랭킹 1위 프로선수들이 다녀간 미션힐스가 있다.

미션힐스 하이난 리조트는 총 10개 코스, 180홀을 자랑하는 초대형 골프장. 이 중 용암 바위와 광대한 습지, 호수가 자리잡고 있는 블랙스톤 코스는 전세계 골퍼들이 도전하고 싶어하는 코스 중 한 곳이다.
미션힐스 하이난 리조트의 샌드벨트 트레일즈 골프 코스 16번홀. 미션힐스 하이난 리조트 제공


또 이 곳에는 하이난 최대 규모인 220여개의 냉온천탕이 있다. 몇백년의 해수욕 의식과 일곱 대륙의 치료 철학에 맞춰 온천을 설계했다는 게 리조트 측 설명이다.

◇ “2007년의 영광을 재현하고 싶다”

지난 15일 자정 무렵 하이난의 산야국제공항 활주로는 때 아니게 시끌벅적했다. 한국 티웨이 항공 전세기의 하이난 첫 취항을 환영하기 위한 행사가 열렸기 때문이다.

이번 취항이 하이난에 가져다준 의미는 남다르다. 2008년 스촨성(四川省) 대지진과 금융위기 이후 한국 관광객들이 줄어들면서 오가는 여객기도 사라졌던 것.

“2007년에 한국 관광객 17만 5000명이 이곳을 찾았는데 외국인 관광객 중 가장 많은 숫자였습니다. 오늘의 하이난은 당시보다 서비스 면에서 훨씬 좋아졌습니다. 5년전의 영광을 다시 보고 싶습니다.”

전쯔이웬(陸志遠) 하이난성 부성장의 말 속에는 간절함이 묻어났다.

티웨이항공의 전세기는 매주 수·토요일 출발한다.

손호권 호텔앤에어닷컴 대표는 “ 하이난은 4시간 안팎의 비행시간으로 다른 동남아 지역에 비해 짧다는 장점이 있다”며 “이 곳에서는 골프나 온천, 해변 놀이 등 각종 형태의 여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가족, 친구들과 가볼만한 곳”이라고 말했다.
하이난 산야의 르네상스 호텔 정원. 야자수와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풍경이 이국적이다. 하이난=이승형 선임기자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