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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234.64포인트(8.77%) 하락한 2441.55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잇따라 발동됐음에도 코스피의 추락은 막지 못했다. 거래소의 제동에도 코스피는 장중 10.81%까지 떨어지면서 2600선에 2300선까지 단숨에 흘러내렸다.
특히 이날 하락은 역대 급이었다. 외국인이 이날 하루에만 1조5300억원 규모의 ‘매도 폭탄’을 던지면서다. 코스피는 234.64포인트 떨어지면서 역대 최대 낙폭 치를 갈아치웠다. 직전 종가 기준 역대 최대 낙폭은 지난 코로나 팬데믹 시기인 2020년 3월 19일로 당시 133.56포인트가 떨어진 수준이었다.
이밖에 하루 8%대 하락률은 2008년 글로벌 위기 이후 16년 만이다. 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시가총액은 이날 하루 만에 약 192조원이 증발했다. 종가 기준 코스피 시가총액은 1997조7450억원으로 2000조 역시 196일 만에 깨졌다.
증시가 최근 들어 폭락한 이유는 견고하다고 생각했던 미국 경기가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먼저 미 공급관리자협회(ISM)가 집계한 7월 구매자관리지수(PMI)는 46.8로 시장 예상치(48.8)를 밑돌면서 잘나가던 증시에 찬물을 끼얹었다.
게다가 미국의 실업률도 ‘적신호’를 나타냈다. 미 고용부에 따르면 지난달 실업률은 4.3%로 전월보다 0.2%포인트 상승했다. 또한, 일본의 금리 인상으로 미국 금융시장에서 자금이 이탈하는 상황도 글로벌 증시 전체 투자심리를 악화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 美 경기 침체에 대세 하락장 시작?…의견 ‘분분’
이러한 상황에서 시장을 바라보는 눈은 제각각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의 행보를 주목하며 대세 하락장이 시작됐다고 해석하고 있다.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는 지난 3일(현지시간) 발표한 애플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를 대거 처분하고, 현금을 사상 최대치로 보유하고 있다고 2분기 실적보고서에서 밝혔다. 현금 보유 금액은 6월 말 기준 2769억달러(약 377조원)로 역대 최고치다.
또한, 골드만삭스는 내년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을 15%에서 25%로 상향 조정했다. 미국의 경기 침체 공포가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경기 전망을 수정한 셈이다. 4일(현지시간) 얀 하치우스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우리는 여전히 경기 침체 위험을 제한적이라고 보지만 침체 가능성이 있는지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오늘 같은 증시의 폭락은 과하다고 짚는다. 여전히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가 과도하다고 판단하는데다, 기업들의 펀더멘털 수준이 견고하기 때문이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최근 시장의 움직임은 펀더멘털 외적 요인이 과하게 개입해 낙폭이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경기 우려가 더 크다면, 구리나 중국 증시 역시 이에 동조화하는 모습이 나타나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도 “투매가 투매를 낳는 수급 악재가 급락을 부추기는 모습”이라며 “8월 말 잭슨 홀 미팅과 엔비디아 실적 발표까지 분위기를 반전시킬 대형 이벤트가 부재하다는 두려움이 시장에 주입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증권가에선 악화하고 있는 이날 발표될 미국 7월 공급관리협회(ISM)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를 주목하고 있다. 겹악재로 시장이 패닉에 빠진 만큼 경제 지표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해당 지표가 시장 예상치를 하회하면 추가 폭락이 이어질 전망이지만, 부합하면 반등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향후 발표될 경제 지표 결과를 확인하면서 변화의 트리거를 찾아볼 시점”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