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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A씨 명의 계좌에 연결된 체크카드와 비밀번호가 보이스피싱 범행에 이용됐음을 파악하고 A씨를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검찰 측 공소사실에는 범행 일시가 2018년 11월4일경부터 11월15일경으로 12일에 걸쳐 있고, 범행 장소는 불상으로 기재돼 있었다. 아울러 교부 방법과 교부 상대방 역시 불상으로 기재돼 있었다.
검찰은 A씨가 해당 정보를 조직에 넘겼다고 봤지만, A씨는 “체크카드와 비밀번호를 적어 둔 종이를 분실한 것일 뿐 양도한 바 없다”고 주장했다.
A씨는 “일시와 장소, 양도 상대방과 방법이 특정되지 않은 공소사실은 형사소송법에 위반돼 공소제기 절차가 무효”라고 주장했다.
재판에서는 이같은 공소제기가 무효인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1·2심은 A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사회봉사 200시간도 함께 명령했다.
원심 재판부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범행은 점조직 형태로 은밀하게 이뤄져 범행 일시와 장소, 양도 상대방 등을 특정하기 어렵다”며 “피고인의 공소사실은 열흘 이내로 특정됐고 양도 대상물인 체크카드 비밀번호도 명시돼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혔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본인 의사로 체크카드를 준 것이 아니라 주장하면서 공소사실을 부인한다”며 “(이같은 공소사실 기재는) 피고인에게 방어 범위를 특정하기 어렵게 해 방어권 행사에 지장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자금융거래법은 구성 요건을 세분화하고 있고 판단기준이 다르다고 해석한다”며 “공소사실에 범행 일시가 12일에 걸쳐 있고 장소와 상대방도 불상으로 기재됐고 대여, 전달과 구별되는 양도를 구성하는 고유 사실이 적시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법원은 사건을 다시 판단하라며 의정부지법으로 환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