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시점에서 여야의 대선 경쟁을 평가하자면 `이전투구`(泥田鬪狗)나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꼽는 이들이 많지 않을까 싶다. 한자로 옮기자면 `아시타비`(我是他非·나는 옳고 다른 이는 틀리다)정도 되겠다.
|
식상한 지적이지만, 이번 대선에서도 시간이 갈수록 `닮은꼴`이 돼 가면서 후보 간 정책 대결은 자취를 감추고 있다.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2030·중도층`을 노린 정책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가족사 문제부터 각종 범죄 연루 논란, 사법 리스크 등을 둘러싸고 진흙탕 싸움 중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대장동 의혹`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고발사주 의혹` 관련 특검 도입도 지루한 입씨름만 반복하고 있다. 애초 각자의 속내가 진상 규명에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실 보다는 상대 후보를 깎아내릴 수 있는 정치 공세로 충분하다.
시대정신은커녕 눈 앞에 표에 급급한 달콤한 약속을 남발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탈모약의 건보료 적용, 군 병사 월급 200만원, 출산장려금 등 말초적인 정쟁에 몰두하고 있다. 내가 하면 `실용`이지만 상대가 하면 `포퓰리즘`이라 손가락질한다. 지지층 결집에만 득이 된다면 `멸공`을 기치로 `선제공격`이란 말도 서슴지 않는다. 돌이킬 수 없는 대재앙이 불보듯 뻔한 데도 한반도 평화는 안중에도 없다는 표정이다.
이 후보와 친형 고 이재선씨 사이의 갈등을 다룬 책 `굿바이, 이재명`과 윤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의 7시간 녹취록도 전형적인 내로남불 행태였다.
“공직선거법상 `당선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후보자나 그 배우자, 직계 존·비속이나 형제자매를 비방하는 것`에 해당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지난달 판매·배포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던 민주당은 녹취록 방송을 두고서는 `국민 알 권리`를 명분으로 `본방사수`를 외쳤다. 정치 개입과 알 권리의 기준은 그때그때 다른 모양이다.
1987년 직선제 쟁취 이후 8번째 치르는 대선이 꼭 50일 남았다. 거대 양당 체제라는 현실적 구도 속에 `비판적 지지`는 이번에도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보기 중 `정답 없음`이 답일 때도 있는 수학능력시험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장사꾼은 보이는 것을 팔고, 사업가는 보이지 않는 곳에 투자를 한다`고 했다. 영화 `베테랑`에서 유해진이 한 대사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할 중차대한 시기, 지도자가 되겠다 나선 사람이 장사꾼 수준에 그쳐서야 되겠는가. 남은 기간 고품격 경쟁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