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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진코믹스 ‘아버지의 집밥’은 ‘베이비부머’ 시대의 우리 아버지들의 모습을 잔잔히 그려낸 작품이다. 권위있는 가장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당시 아버지들의 전형적인 모습, 반대로 어머니들은 가장에 대해 순종적이고 희생적인 모습을 보이며 대조를 이뤄왔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따지자는 게 아니다. ‘아버지의 집밥’은 전형적인 베이비부머 시대의 가족간 갈등이 현 시대에 어떻게 치유되는지를 그려내며 ‘식구’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아버지의 집밥’은 평생 부엌에 가본 기억이 없는 72세 고하응의 이야기다. 그는 45년간 부엌에 갇혀 밥만 지어온 아내 안순애에 대한 고마움도 모른채 70대가 넘은 현재도 반찬투정을 해왔다. 그러던 어느날, 아내가 사고로 인해 음식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버리면서 고하응의 집밥 도전기가 시작된다. 집밥만 먹어야 살 수 있는 아내를 위해 고하응은 처음으로 된장찌개를 끓인다. 하지만 요리는 보기보다 쉽지 않다. 45년간 한숨만 쉬어왔던 아내는 고하응에게 선전포고를 한다. “내 입맛에 맞지 않는 음식을 내올 때마다 경고를 할 것이고, 10번의 경고를 받으면 우리는 이혼해야 한다”는 충격적인 메시지. 고하응은 그때부터 인터넷 등을 뒤지며 아내의 ‘OK’ 사인에 전전긍긍하며 요리를 하게 된다.
웹툰은 70대 노인을 앞세우며 그간 우리가 놓쳐 왔던 가족의 의미를 다시 부각시켜준다. 평생을 자신의 입맛만 중요했던 고하응은 처음으로 아내의 입맛, 취향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가족 구성원을 배려하는 마음을 조금씩 갖게 된다. 반대로 아들은 과거 밥상머리에서 매번 횡포를 부렸던 아버지 고하응으로 인해 언제나 ‘좋은 아빠’, ‘좋은 남편’이 되고자 자신을 몰아세운다. 평범한 것처럼 보였던 한 가족의 가슴 속 생채기들을 이 웹툰은 너무나 잔잔하고 자연스럽게 표출시킨다.
‘아버지의 집밥’은 집밥과 인생, 가족, 그리고 진심이 맛깔나게 버무려진 하나의 ‘비빔밥’ 같은 웹툰이다. 자극적이진 않지만 자꾸 생각나고 찾게되는 그런 가족의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그려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아버지의 집밥’과 같은 웹툰을 보며 가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아버지의 집밥’은 매주 일요일 연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