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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자의 신기방기]8번만에 미국땅 디딘 27살 中청년의 아메리칸 드림

정다슬 기자I 2019.04.21 09:00:00

화상회의 솔루션기업 ''줌''(Zoom) CEO 에릭 위안
서투른 영어로 9번 비자 신청 끝에 美실리콘밸리行
시스코·구글·스카이프…쟁쟁한 경쟁자 제치고 성장해
사용자 목소리에 귀기울여…흑자내는 유니콘

△줌의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에릭 위안이 18일 뉴욕 나스닥 오프닝 벨 세레모니에서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 AFP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올해 상장될 ‘유니콘 기업’(기업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인 스타트업) 중 하나로 주목받았던 화상회의 소프트웨어 업체 ‘줌’(Zoom)이 기업공개(IPO) 첫날인 18일(현지시간) 주가는 공모가(주당 36달러)에서 72.2% 급등한 65달러에 마감하며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습니다.

같은 날 함께 데뷔전을 치렀던 이미지검색사이트 ‘핀터레스트’(pinterest) 역시 공모가(주당 19달러) 대비 28% 오른 24.4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는 것과 비교하면 수십억달러 규모의 시장가치를 더 인정받은 셈입니다.

줌의 주가 상승 외에도 화제가 되는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줌의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에릭 위안입니다. 그와 그의 가지고 있는 22%의 줌 주식은 35억달러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돼 그는 하루 아침에 백만장자 반열에 들어섰습니다.

다만 사람들을 놀라게 한 것은 단순히 그가 부자가 됐다는 사실 때문만은 아닙니다. 중국 베이징에 살고 있었던 엔지니어였던 위안은 지금으로부터 22년 전 27살 때 중국에서 미국으로 왔습니다.

미국행을 결심하고서도 그는 미국으로 오는데 약 2년이란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는 비자를 8번이나 거절당했기 때문입니다. 9번 신청 끝에야 비로소 그의 미국 입국 신청이 떨어졌다고 합니다.

당시 위안은 영어가 서툴렀습니다. 그럼에도 그가 미국으로 향했던 이유는 1994년 일본에서 들었던 마이크로소프트(MS) 창립자인 빌 게이츠의 인터넷의 미래에 대한 연설에 깊은 감명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는 실리콘 밸리에서 일하고 싶었습니다.

다행히 그에게는 강력한 무기인 엔지니어로서의 실력이 있었고 미국으로 온 그는 온라인 화상회의 회사인 웹엑스(WebEx)의 창립멤버로 합류하게 됩니다. 이후 웹엑스는 2007년 시스코에 인수되고 위안 역시 시스코에서 기술 분야 부사장까지 역임하게 됩니다.

그는 시스코라는 대기업을 떠나 도전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합니다. “웹엑스는 내가 낳은 자식이었다. 하지만 시스코에서 행복한 고객을 보지 못했다. 나는 너무 당혹스러웠다.”

위안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스코 경영진과도 얘기를 나눠봤지만, 답을 찾지는 못했습니다. 결국 그는 2011년 약 30여명의 웹엑스 출신 엔니지어들과 함께 새 회사를 차리기 위해 떠납니다.

그가 회사를 차리겠다고 했을 때 모두들 그를 만류했습니다. 당시 화상회의 서비스 시장은 구글과 스카이프, 고투미팅, 시스코 등이 뛰어든 상태였습니다. 정보기술(IT) 거인들과의 싸움에서 이민자 출신 엔지니어가 살아남을 것이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18일(현지시간) 뉴욕 타임스퀘어에 위치한 나스닥 타워 전광판에 줌(zoom)이 상장했다는 소식이 떴다.[사진=나스닥 제공]
8년이 지난 지금 이 회사의 가치는 159억달러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특히 줌은 유니콘 기업으로서는 보기 드물게 흑자를 내는 기업입니다. 우버, 리프트, 핀터레스트 모두 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막대한 투자 비용이 소요되며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줌은 118%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며 지난해 3억 3300만달러의 매출을 달성하고 760만달러 순이익을 기록했습니다.

이전에는 모바일에서는 구글 행아웃이나 스카이프를, PC에서는 웹엑스나 고투미팅을, 대형 컨퍼런스룸에서는 시스코나 폴리컴 기어 등을을 사용했습니다. 그러나 줌은 구독제를 채택해 고객이 이 모든 상황에서 자유롭게 화상회의를 할 수 있는 토탈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무엇보다 고객들이 줌을 선호하는 이유는 ‘사용자의 목소리에 빠르게 반응하는 문화’ 자체에 있습니다.

가정 내 건강관리서비스 제공업체인 ‘바야다 홈 헬스케어’의 매니저 데니스 발론은 포브스(Forbes)와의 인터뷰에서 자신들이 스카이프와 시스코에서 줌으로 갈아탄 이유에 대해 △고화질의 비디오 등 높은 퀄리티의 서비스 △클라우드 기반으로 더 사용하기 쉽고 하드웨어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지 않은 점 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요구사항을 즉각적으로 반영하는 점이라고 강조합니다. 실제로 바야다 홈 헬스케어는 디지털 사이니지와 회의실 예약 기능을 넣어달라고 요구했고, 줌은 이 기능을 개발해 제공했습니다.

현재 줌의 주요 고객은 우버, 미디어회사인 디스커버리, 델EMC의 자회사인 VM웨어 등이 있습니다.

물론 경쟁은 여전히 치열합니다. 시스코, 스카이프 등은 여전히 건재하고 과거 위안이 그랬듯 패기와 반짝반짝한 아이디어로 가득 찬 새로운 도전자들이 그를 쫓고 있습니다.

이번 IPO로 조달된 자금을 바탕으로 줌은 새로운 기술 개발과 마케팅에 뛰어들 예정입니다. 특히 위안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회의를 자동적으로 요약해주는 스마트 기능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물론 그의 오늘날 성공이 내일에 대한 보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서비스가 중단되거나 보안이 뚫리는 등 위험도 존재합니다. 실제 줌은 IPO에 앞서 투자자들이 알아야 할 정보로 과거 보안 시스템이 손상된 경험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27살 중국인 청년이 무작정 미국으로 왔을 때 그는 자신이 억만장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진 못했을 겁니다. 오늘의 성공은 그가 그저 묵묵히 달려온 결과입니다. IPO 이후 주식시장의 반응을 보기 전 위안은 직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우리가 할 일은 끝났다. 가격은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것은 생각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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