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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연초 이후 글로벌 증시가 완만한 상승세를 타면서 ‘국민 재테크 상품’ 주가연계증권(ELS)에도 활기가 돌고 있다. 지난해 폭락장 이후 2조원 후반대까지 줄어들었던 ELS 월별 발행규모가 최근 8조원대로 3배 가까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증시 상승세에 상환 역시 활발해지면서 상환된 자금이 ELS 재투자 수요로 이어지는 등 ELS 시장의 규모는 계속해서 커지는 모양새다.
◇ 3월 ELS 발행금액 8조원대…연초 이후 급상승세
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3월 ELS 발행금액(원화·외화)은 8조 5115억원을 기록했다. 발행금액이 8조원을 넘어선 달은 지난해 5월 이후 약 10개월 만으로, 2월 발행 규모 대비 53%나 증가했다. ELS 발행금액은 △1월 4조 3184억원 △2월 4조 5507억원 △3월 8조 5115억원으로 연초 이후 줄곧 증가 추세다.
ELS는 보통 코스피200, 홍콩H지수, 미국 S&P500지수, 유로스톡스50지수 등 대표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아 이들 지수가 정해진 구간 밑으로 하락하지만 않으면 이자를 붙여 상환해 주는 상품이다. 보통 반년, 1년, 2년, 3년 단위로 지수가 정해진 구간을 이탈했는지 여부를 평가해 상환이 결정되는데 정해진 구간을 밑돌면 낙인(Knock-in·원금손실조건)이 발생한다. ELS는 상환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다른 상품보다 커 ‘중위험·중수익’의 대표적 재테크 상품으로 불려왔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미중 무역분쟁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연말까지 대표지수들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유로스톡스50 지수는 24.78% 떨어졌고, S&P500은 13.94% 하락했다. 같은 기간 홍콩H지수와 코스피지수도 각각 8.1%, 12.9% 떨어졌다. 이때문에 지난해 하반기 ELS 상환조건을 갖추기가 쉽지 않았다 .지난해 5월 5조 8203억원에 달했던 상환금액은 △지난해 10월 4조 3039억원 △지난해 11월 2조 1459억원 △지난해 12월 2조 6402억원 등 점차 감소했다.
상환되는 자금이 줄어들면서 발행규모 역시 쪼그라들었다. ELS 투자자의 경우 상환받은 금액을 다시 ELS 재투자로 돌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여기에 10월 이후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 및 미중 무역분쟁 등도 영향을 끼치며 ELS 시장의 규모를 축소시켰다. 지난해 ELS의 발행규모를 보면 △10월 5조 3048억원 △11월 3조 4284억원 △12월 2조 8373억원으로 급격히 줄어든 것이 확인된다.
◇ 올들어 ELS 상환금액도 증가…“지수 상승 기대·재투자 수요↑”
그러나 올 들어 ELS 시장은 빠르게 인기를 회복했다. 연초 이후 글로벌 증시가 완만한 상승세를 타면서 더 이상 지수가 크게 떨어지기 어렵겠다는 시각이 시장에 퍼지면서다. 주식시장의 상승세로 조기상환 역시 빠르게 이뤄지다보니 발행규모도 덩달아 커졌다. 올해 ELS 상환금액은 △1월 3조 77억원 △2월 5조 549억원 △3월 7조 8695억원으로 비약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이중호 KB증권 연구원은 “지난 3월 ELS 발행규모는 기초자산 가격상승에 더불어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가 빠르게 안정되는 한편 늘어난 상환금액이 재투자로 이어지면서 최근 3~4년래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며 “ELS의 주요 기초자산의 가격 역시 1년 이내 기준으로는 추가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크고 아직 기초자산의 쏠림도 없어 현재로썬 ELS 투자에 다소 공격적으로 나서도 되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장근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1월엔 주식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살아나면서 ELS 발행금액은 늘어났지만 지수가 미처 올라오지 않은 상황이라 상환규모가 크지 않았던 데 반해, 2~3월에는 상환규모 역시 커지고 있다”며 “미중 무역분쟁이 완화되며 하반기 지수가 상승하리란 기대감에 ELS 시장이 다시 커지고 있지만 특히 홍콩H지수 등은 2015년의 경험처럼 투자심리가 무너지면 지수도 한꺼번에 떨어질 수 있어 지수들의 변동성을 감안해 투자대상을 선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