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라의 밤 밝히는 예술 여행
지난 7월 27일 ''라이트 아트 페스타'' 개막
세계적 설치 작가 6인 작품 14점 전시
3만여평 차밭 ''다희연''서 밤마다 빛의 향연
|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의 차밭 ‘다희연’의 공간에서 지난달 27일 개막한 ‘제주 라프’(LAF·라이트 아트 페스타)의 대표 전시작품인 ‘오름’.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조명 아티스트인 브루스 먼로의 작품이다. 제주의 공간에서 느낀 에너지를 광섬유 다발과 2만1500개의 전구로 표현해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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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제주는 여행지가 갖추어야 할 모든 조건을 갖춘 곳이다. 숨 막힐 듯 아름다운 자연과 풍부한 이야기, 그리고 다양한 숙박시설과 박물관, 전시장, 미술관까지. 없는 게 없을 정도다. 이런 이유로 수많은 국내외 관광객이 사철 제주를 찾는다. 이런 제주에도 부족한 게 있다. 해가 지면 볼거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다행히 최근 제주의 밤을 밝히는 새로운 볼거리가 생겼다. 바로 ‘제주 라이트 아트 페스타’(이하 제주 라프)다. 빛과 어둠으로 세계적인 작가 6의 작품 14점을 9만 9174㎡(약 3만평)의 차밭 위에 설치했다. 축제는 올해 10월 24일까지 열리지만, 이후에도 작품을 해체하지 않고 상설 전시장으로 운영한다. 이 축제를 기획한 제주 라프 관계자는 “이런 과정을 통해 세계적인 예술 축제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으 차밭 ‘다희연’의 공간에 지난 7월 27일 개막한 ‘제주 라프’(LAF·라이트 아트 페스타)의 대표 전시작품인 ’오름‘.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조명 아티스트인 브루스 먼로의 작품이다. 제주의 공간에서 느낀 에너지를 광섬유 다발과 2만 1500개의 전구로 표현해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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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을 배경 삼아 빛으로 그리다
축제가 열리고 있는 ‘다희연’은 제주시 초천읍 선흘리의 다원이다. 거문오름과 함덕해수욕장 근처에 자리하고 있다. 원래 이곳은 ‘동굴의 다원’으로 유명한 곳이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자연유산인 거문오름에서 흘러나온 용암이 윗밤오름에 부닥친 뒤 방향을 틀면서 곶자왈(밀림과 돌이 뒤엉킨 지역)과 용암동굴을 형성했는데, 바로 그 위에 터를 잡은 것이 바로 다희연이다.
그렇다면 왜 다희연에 빛을 테마로 한 예술작품을 전시했을까. 그동안 차밭에 동굴카페, 집라인, 족욕 체험장 등의 레저시설을 늘려 온 다희연은 최근 이 레저공간과 일부 차밭을 라프 측에 맡기기로 했다. 마침 라프 측도 작품 전시 공간이 필요했기에 인연이 이어졌다. 하지만 라프 측이 다희연을 선택한 결정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제주의 오름과 그리고 어둠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곳이 바로 다희연”이라는 것이다.
| 프랑스 사업가이자 아트컬랙터인 장 피고치의 ‘미스터 리모’와 이병찬의 ‘어번 크리처’ 작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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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작품을 살펴볼 차례다. 제주 라프 측은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들을 다희연 곳곳에 보일 듯 말듯 배치했다. 또 차밭뿐만 아니라 천연동굴에도 작품을 설치했다. 프랑스 사업가이자 아트컬렉터인 장 피고치는 볼록한 배에 슈트를 입은 형형색색 캐릭터 미스터 리모(Mr.Limo)들을 동굴에 모아놓았다. 동굴 위에 매달린 기괴한 모양의 생명체를 형상화한 작품은 국내 작가인 이병찬의 ‘어번 크리처’다. 비닐로 만든 생명체는 모터로 공기를 불어 넣거나 빼서 빛을 발광하도록 만들어 마치 살아 숨 쉬는 듯하다.
미국인 조각가 제이슨 크루그먼은 동굴 안에 제주 바다 성게와 산호를 닮은 조명 작품을 설치했고, 천장에서는 소용돌이치는 나선형 발광다이오드(LED) 작품 ‘Radiosome’(라디오솜)이 천천히 돌아간다. 미국 작가 젠 르윈은 차밭 바닥에 푸른빛 설치 작품 ‘더 풀’(The Pool)을 설치해 밤길을 밝힌다. 반사형 유리는 관람자 행동에 따라 역동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그 뒤로 미국 작가 톰 프루인의 ‘오두막’이 연못에서 불을 밝히고 있다.
| 다희연 차밭에 설치한 브루스 먼로의 또 다른 대표작 ‘워터타워’. 먼로가 스물한 살 때 읽은 라이얼 왓슨의 저서 ‘인도네시아 명상 기행’에서 영감을 받아 구현한 작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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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 송이 조명 꽃이 활짝 피다
제주 라프 축제의 백미인 영국 조명 예술가 브루스 먼로의 작품 ‘오름’과 ‘워터 타워’는 차밭에 설치했다. 아시아에서 처음 선보이는 작품으로, 앞서 그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의 롱우드 가든, 영국 런던의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뮤지엄, 솔즈베리 성당, 호주 울룰루 등지에서 대규모 설치 작품을 전시한 바 있다.
어둠이 내리면 너른 차밭 위로 2만여 송이의 꽃이 활짝 핀다. 사실 이 꽃은 광섬유와 아크릴, LED 조명으로 만들어졌다. 가까이서 보면 풀처럼 가느다란 투명 막대기에 꽃송이처럼 전구가 달려 있다. 브루스 먼로는 이 줄기를 마치 오름을 닮은 원형으로 나눠 빛무리를 완성했다. 규모도 어마어마하다. 1만 9800㎡(약 6000평)의 대지에 바람개비 형태 조명 2만 1500개를 심어 장관을 연출했다. 차밭 위로 2만 1500개의 광섬유가 빛을 뿜어내는 장관은 거대한 빛의 정원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 작품은 제주의 화산언덕인 오름과 거센 바람에서 영감을 얻었다. 수천 개에 달하는 조명 부품을 활용한 대규모 몰입형 설치 작업으로 유명한 그의 작품답게 이번에도 제주의 바람과 돌, 해녀, 오름에서 영감을 받아 빛으로 그린 제주를 만들었다.
| 미국 작가 젠 르윈이 차밭에 푸른빛 설치한 ‘더 풀(The Poo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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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오름’ 아래에는 브루스 먼로의 대표작 중 하나인 ‘워터타워’가 있다. 먼로가 스물한 살 때 읽은 라이얼 왓슨의 저서 ‘인도네시아 명상 기행’에서 받은 영감을 30년이 넘은 뒤에 구현한 작품이다. 링거병을 닮은 물통을 쌓아 올려 39개의 기둥을 만들어 놓았는데, 조명을 켜면 물통으로 쌓은 기둥에서 은은한 빛과 음악이 흘러나온다.
물론 작품을 감상하는 방법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 라프 출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동굴카페에 들러 장 피고치의 ‘리모’와 이병찬의 ‘아번 크리처’를 보거나, 브루스먼로의 ‘오름’을 감상할 수 있는 차밭 전망대에 먼저 올라도 좋다. 어둠이 완전히 내렸다면 동굴카페를, 해 질 무렵이라면 차밭 전망대를 추천한다. 굳이 차밭 전망대를 추천하는 이유는 제주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석양과 제주 앞바다에 떠 있는 갈치잡이 배들의 집어등 풍경과 어우러진 마법 같은 풍경이 있어서다.
| 연못에서 불을 밝히고 있는 미국 작가 톰 플루인의 작품 ‘오두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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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메모
△가는길= 제주 라프가 열리고 있는 다희연을 찾아가려면 제주시에서 중산간도로인 1136번 도로를 따라 대흘초등학교를 지나 와산리 교차로에서 우회전한 뒤 곧바로 선인동 방면으로 좌회전한 다음 2㎞쯤 가다 선인동 삼거리에서 다시 좌회전하면 된다.
△잠잘곳= 제주시에 숙소를 구한다면 연동에 있는 메종글래드 제주 호텔이 좋다. 최근 대대적으로 개보수 공사를 끝내고, 명성을 되찾고 있다. 최고급 이탈리아 레스토랑과 결합한 키즈 카펫 ‘릴리펏’, 100여년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 중화요리 전문점 ‘아서운1920’, 풀사이드 바 ‘자왈’과 라운지 바 ‘정글북 바이 앨리스바’ 등도 투숙객들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휴가철을 맞아 이달 31일까지 곽지해변에 프라이빗 비치 하우스도 운영한다.
| 메종글래드 제주 ‘곽지 프라이빗 비치 하우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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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종글래드 제주 ‘인피니티 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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