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훈 새누리당 의원] 한국의 경제성장을 보여주는 숫자 중에는 놀라운게 많다. 한 예로 경제개발을 시작한 1962년 이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50년 동안 3766배 늘었다. 같은 기간 수출액은 무려 4만3858배 증가했다. 이는 세계 경제학 교과서에 ‘기적’으로 남을 만한 사례다.
재미있는 통계 중 하나는 청년층 남성의 평균 신장이다. ‘2005년 동아시아 통계 연감’에 따르면 한국 청년남성의 평균키는 173.3cm인데 이는 세계에서 24번째로 크다. 북유럽이나 일부 선진국을 제외하고는 가장 큰 편이다. 그런데 북한 청년의 평균키는 158.0cm에 불과하다. 경제적으로 보나, 평균 신장으로 보나 북한의 성장판은 이미 오래전에 닫힌 반면 우리 성장판은 계속 열려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새해를 맞은 우리에게 ‘성장’이라는 단어가 사라지고 있다. 경기불황이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사람들의 체감경기도 움츠러 들었고 이러한 추세가 다시 경제를 위축시키는 악순환의 고리가 시작된 것이다. 그 결과 우리 경제는 어느 덧 분기성장률이 1%를 달성하기 어려운 상황을 맞았고 연간 소비자 물가 상승률도 2%를 넘기지 못하는 처지에 놓였다. 과거라면 대형 호재가 될 수 있는 국제유가 하락이 지금은 디플레이션을 초래할 수 있는 악재로 변하는 아이러니컬한 상황에 직면했다. 담배값이 새해부터 80% 올라 소비자 물가가 0.62% 포인트 상승할 것이라는 점은 걱정이 아니라 오히려 다행처럼 여겨지는 분위기다. 물가를 걱정하던 성장의 시대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 전개되는 양상이다. 이 때문에 우리 경제의 성장판이 닫히고 있는 것이 아닌 지 우려된다.
성장판이 닫히면서 발생하는 문제보다 더 큰 걱정거리는 희망판도 같이 닫히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날을 되돌아보면 일부 기간을 제외하고 위기가 늘 우리 곁에 있어왔다. 때로는 원유 값이 급등하면서, 때로는 외국자본이 갑자기 빠져나가면서, 그리고 때로는 다른 나라 충격이 옮겨지면서 위기를 맞았다. 그때마다 우리를 위기에서 구출하고 우리 경제를 지금까지 이끌어온 가장 큰 원동력은 희망이었다. 오늘보다는 내일이, 나 보다는 내 자식이 더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다. 우리는 그 희망을 무기로 삼아 수많은 어려움을 헤쳐나갔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접하고 있는 위기는 눈에 보였고 피부로 체감했던 옛날과는 다르다. 현재 우리에게 다가온 것은 잘 보이지도 않고 느끼기도 어려운 ‘유령위기’다. 성장판이 잠시 닫히다가 다시 벌어지는 ‘순간의 위기’가 아니라 서서히 그리고 영원히 닫혀버릴 지도 모르는 ‘항구적 위기’인 셈이다. 위기가 장기화되면서 희망의 빛도 사라지고 있다. 성장판을 다시 열 수 있는 희망판도 같이 닫히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성장판과 희망판의 동반몰락을 지켜만 볼 수는 없다. 이에 따라 정부는 새해에 과감한 구조개혁에 나서기로 했다. 공공·금융·노동·교육 부문에서 과감한 구조개혁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는
하나같이 어렵고 힘든 일이다. 때로는 뼈를 깎는 아픔을 견뎌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닫혀가는 성장판을 다시 열려면 그만큼 고통이 따른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불편한 진실’이다. 고통스럽지만 가야 하는 길이 구조개혁이다.
새해를 시작하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다가오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이를 꽉 깨물고 이 고비를 넘겨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이다. 성장판이 다시 열리는 것을 확인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를 지탱시켜 줄 희망판을 여는 일이야 말로 정치권이 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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