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병드는 실손보험
고질적인 비급여 문제 지속…'공짜 시술' 꼼수 기승
3세대 실손 상품 손해율 올해 156%로 껑충
4세대 손해율도 134%, 1세대 손해율 앞질러
정부 "내달 의료개혁특위에서 개선안 마련"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40대 여성 정모씨는 발목 통증 치료를 위해 서울 강남 소재 A성형외과 의원을 찾았다. 병원에선 발목 도수치료를 권하며 치료 중 성형시술 등을 시행할 경우 도수치료 비용으로 영수증 발급이 가능하다고 했다. 정씨는 결국 도수치료(200만원)와 함께 코 리프팅(300만원)을 받았다. A의원은 성형시술비 300만원을 도수치료 비용으로 바꿔 허위 영수증을 발행했다. 정씨의 보험가입 한도에 맞춰 도수치료 비용을 1회당 10만~25만원으로 설정한 후 성형시술비 일부를 도수치료 비용으로 둔갑시킨 것이다.
| 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음(사진=게티이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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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공보험)을 보완하는 국민 필수재인 실손의료보험을 둘러싼 도덕적 해이가 의료계·보험업계를 멍들게 하고 있다. 비용을 아끼려는 의료 소비자의 꼼수와 병원의 검은 욕망이 맞물려 온갖 병폐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 고질적인 문제는 ‘실손을 타 먹지 않으면 손해’, ‘실손은 공돈’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고착화하면서 많은 사회적 비용 낭비를 낳고 있다.
|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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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은 공보험에서 보장되지 않는 급여 의료비 본인부담금과 비급여 의료비를 보장하는, 국민 대다수가 가입한 제2의 국민 건강보험이다. 그러나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비급여’까지 보장하는 상품구조의 특성상, 문제 의료기관의 과다 진료행위와 일부 이용자의 과다 이용으로 인해 손실규모가 지속 증가하고 있다.
최근 실손보험 손해율은 급등하고 있다. 특히 2017년부터 판매된 3세대 상품 손해율은 2022년 131.4%에서 올해 1분기 156.3%로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4세대 실손보험 손해율도 출시 초반인 2021년 62.4였다가 2023년 117.8%로 세자릿수대를 넘긴 뒤 올해 1분기 134.5%로 급등 중이다. 2009년 9월까지 판매된 1세대 상품의 손해율을 올해 넘어선 것이다.
고질적인 적자구조 지속이 불 보듯 뻔하자 정부도 고심이 많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달 29일 국무회의에서 연내 실손보험 개선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금융위원회는 10일 “불필요한 비급여 보장을 축소하고, 필수의료를 보장하는 비급여· 실손보험 개혁방안을 내달 중 보건복지부와 함께 의료개혁특위에서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 실손보험의 도덕적 해이를 초래하는 핵심 원인인 비급여 관리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전체 의료기관으로 확대된 비급여 보고 제도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며 “비급여 수가는 자율에 맡기더라도 비급여 보고를 제대로 하도록 하고 그렇지 않는 경우 패널티를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