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목멱칼럼]초고령 사회의 뉴노멀

최은영 기자I 2024.07.30 05:00:00
[최희정 웰에이징연구소 대표]뉴노멀(New Normal)이라는 용어는 새롭다는 뜻의 영어 단어 ‘New’와 보통·정상·표준을 나타내는 ‘Normal’의 합성어로, 시대 변화에 따라 새롭게 떠오르는 표준을 뜻한다. 코로나19가 불러온 언택트(비대면) 사회를 거치며 ‘뉴노멀 시대=언택트 시대’로 우리에게 익숙해졌다. 코로노19는 다양한 측면에서 우리 사회에 새로운 기준들을 만들어냈다.

2025년 우리는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다. 초고령 사회는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20% 이상인 사회로, 내년이면 우리나라 인구 5명 중 1명이 65세가 넘는 노인이라는 뜻이다. 베이비붐 세대가 노년기로 접어들며 초고령사회의 새로운 기준, 또다른 뉴노멀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새로운 시대에 대한 인식을 바로 하고, 그에 따른 새로운 기준을 수용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초고령사회 뉴노멀 시리즈’ 책을 집필하면서 각 권의 부제를 ‘新 노년의 삶, 웰에이징 트렌드’, ‘新 노년의 주거, 노인복지주택’으로 정했다. 이제는 우리가 생각하는 노인에 대한 인식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에서다. 현재 법적 기준으로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구분하고 있으나, 실제 노인에 대한 심리적 기준은 보건복지부ㆍ보건사회연구원이 실시한 2017년 노인실태조사 결과, 71.4세로 나타났다. 최소 70세는 넘어야 노인으로 인식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는 뜻이다. 또한 더 이상 노인은 힘없고, 약하고, 경제력 없는 하나의 집단으로만 구분해서는 안 된다.

기존의 노년세대와 신노년세대는 여러 면에서 다르다. 신노년세대는 기존 노년층과 달리 실제 나이보다 자신을 5년에서 10년 젊게 인식하고 있으며, 경제적으로 독립적이며 소비력도 강하다. 여가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특징을 지닌다. 기존 세대가 노년을 인생의 황혼기 혹은 인생 말년으로 인식했다면 신노년은 새로운 인생의 시작, 인생 삼모작을 시작하는 시기로 여긴다. 이러한 시대의 흐름에 맞춰 사회적 인식 전환도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

100세 시대인 현재의 생애주기는 교육 30년-일 30년-은퇴 40년으로 은퇴 후 기간이 과거(교육 30년-일 30년-은퇴 20년)보다 두 배 늘었다. 기대수명의 증가와 함께 은퇴 후의 시간이 20년가량 늘어난 것이다. 문제는 우리 모두 100세까지 건강하게 살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 즉, 초고령 사회 노년기에는 기대수명이 늘어난 만큼 건강수명 연장에 힘써야 한다.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일본에서 63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20년간 추적조사한 결과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놀랍게도 자립상태로 사망에 이르는 비율이 남성은 10.9%에 달한 반면 여성은 0%로 조사됐다. 여성은 어딘가 불편하고, 누군가의 크고 작은 도움이 필요한 상태로 노년기를 보내다가 생을 마감한다. 물론 조사 대상이 전체 노인은 아니기 때문에 섣부르게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다수의 여성이 남성과 달리 출산과 수유 등의 과정을 거친다는 점에서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추정한다.

건강수명을 연장하기 위해서는 성별, 나이 등 많은 요인에 따라 대응 방안이 크게 달라진다. 특히, 여성노인이 남성노인보다 기대수명은 긴 반면, 2배 이상 노쇠(frailty)율이 높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노화, 즉 나이듦은 막을 수 없지만 노쇠는 충분히 예방 가능하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기존 노년세대와 신노년세대 각각에 맞는 뉴노멀을 정립하고, 그에 따라 건강수명을 연장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는 개인의 삶의 질은 높이면서 국가 차원의 사회적 비용(의료·돌봄비용)은 줄일 수 있는, 초고령화 시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이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