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말~3월 초는 ‘도시농부’들을 설레게 하는 시간이다. 이 기간 서울 대부분의 구청이 자체 운영하는 텃밭 신청을 받아 분양한다. 평균 평당 1만원꼴 저렴한 비용으로 4~11월 제철 채소를 직접 길러 먹을 수 있는 기회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인기가 높아지면서 일부 자치구에선 경쟁률이 두자릿수까지 오르는 등 텃밭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
서울 구로구의 곽모(49)씨는 “작년에 4평 당첨돼서 가지, 열무 등 넘치게 키워 먹었다”며 “쪽파, 대파, 배추 심어서 김장도 했으니 분양비 6만원에 비료값, 인건비 쳐도 남는 장사였다”고 했다. 곽씨는 “가족끼리 여가 시간을 보내기에도 좋고 친환경 채소를 직접 길러 먹으니 보람이 있다”며 “올해는 떨어져서 더 비싼 민간텃밭을 알아봐야 할 처지”라고 했다.
실제로 구청 관계자들은 텃밭 경쟁률이 오르는 추세라고 입을 모았다. 향림도시농업체험원텃밭 등을 운영 중인 은평구 관계자는 “2018~2019년엔 7 대 1정도였는데 2021, 2022년엔 14 대 1, 15 대 1까지 몰렸다”며 “올해도 분양 접수 이틀만에 7 대1 수준이니 경쟁률이 두자릿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영등포구 관계자는 “주말농장만이 아니라 상자텃밭 가꾸는 분들도 늘고 있다”며 “20~30대 분들도 전화 문의를 꽤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은퇴한 어르신들은 귀농까진 못해도 소소하게 텃밭농사 지으면서 성취감을 느끼시는 것 같고, 건강도 좋아졌다고 하신다” 며 “젊은층은 취미생활로 즐기는 것 같다”고 했다.
이 때문에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할 공급 확충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온다. 한 구청 관계자는 “용산처럼 유휴부지가 없는 지자체는 텃밭을 가꾸고 싶어하는 주민이 있어도 땅이 없다”며 “대중교통 접근성이 좋은 곳에 작은 규모로라도 텃밭을 더 조성하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텃밭을 차지하곤 방치하는 이들에 대한 제재 필요성도 제기됐다. 강서구 오곡텃밭농장에서 농사지었던 이모(63)씨는 “여름에 옆집 텃밭의 잡초가 무릎 넘게 자라니까 내 텃밭까지 넘어오더라”며 “구청에서 연락해도 ‘가을에 무 심을 거다’는 식으로 넘어간다니, 이런 사람은 다음에 신청 못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