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이 적극적으로 나서 한·중 관계의 새 돌파구를 찾는 건 바람직하다.”(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
올해 수교 30주년을 맞은 한·중 관계가 새 국면을 맞았다. 미·중 간 패권경쟁에 따른 디커플링(탈동조화) 속에 한·중 정부 간 간극이 더욱 커지면서 2016년 ‘사드 사태’ 이후 전례 없는 수준으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어서다. 그럼에도 ‘R(경기침체)의 공포’가 엄습한 상황에서 우리 수출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다. 새 정부에 ‘한·중 관계 재설정’이 최대 숙제 중 하나로 떠오른 가운데 민간, 지방자치단체 간 교류 활성화로 중앙정부 간 관계 정상화의 ‘물꼬’를 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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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당장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경기침체, 미·중 패권경쟁 등 대내외적 복합위기와 맞물려 한국에 대한 보복에 나설 공산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갈등이 중첩될수록 보복의 그림자는 더욱 짙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김한권 교수는 “매우 세밀한 관찰 및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도전 요인이 늘어나는 만큼 필수 원자재 확보 등 경제적 이익을 보호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 이날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상위 국내 1000대 제조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응답 기업 절반 이상(51.4%)이 올해 하반기 ‘생산·수입’ 측면에서 공급망 환경이 가장 우려되는 지역으로 ‘중국’을 꼽았다. 흑연 등 배터리 핵심 소재뿐 아니라 철강, 마그네슘 등 원자재 공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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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반도체에 특화된 상하이와 우리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이 협력방안을 구축하거나 서울·베이징, 부산·상하이 등 자매도시 간 우호 활동을 강화해 중앙정부 간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 식이다. 실제 내년 베이징시와 자매결연 30주년을 맞는 서울시가 각종 영역에서 서울-베이징 간 관계 복원을 추진키로 하는 등 양국의 우호적 관계를 재정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내달 개최를 검토 중인 한·중 관련 기념행사 등 경제계의 활발한 움직임도 민간 교류를 더욱 활성화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 SK는 여전히 중국에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며 “글로벌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위상을 고려하면 탈중국은 가능하지도 않고 답이 될 수도 없다”고 진단했다. 이문기 세종대 중국통상학과 교수는 “대중 물밑 외교를 통해 외교 및 경제 방향성을 정확히 전달해 서로를 이해하는 이른바 ‘예방 외교’를 강화하는 게 최선”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