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년 전 베스트셀러가 된 ‘사피엔스’에서 저자 유발 하라리 교수는 인류의 통합을 가져온 핵심 3가지 중 하나로서 화폐를 꼽았다. 이렇게 중요한 화폐의 주요 교통수단이 바로 금융이다. 금융은 신용시스템을 통해 화폐의 운명을 일개 영주에서 거대한 제국의 주인으로 바꾸며 경제발전을 가속화시켰다. 경제에서 화폐를 혈액에, 금융을 심장에 비유하는 이유다.
이런 금융의 생명은 고객의 신뢰이고, 그 성장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회적 책임을 소홀히 하지 않는 성숙한 윤리의 토대 위에 이뤄지게 된다. 금융회사 거래를 위한 최소한의 고객 신뢰는 정부의 금융회사 인허가와 예금보험제도 등을 통해 기본적으로 형성돼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럼 장기적인 성장의 토대를 만드는 사회적 책임은 이행되고 있을까? 그리고 금융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어느 수준까지 감당하는 것이 타당할까? 이에 대한 논의는 금융산업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해야 하는데 바로 금융은 산업의 중요성으로 순수민간의 영역에 머물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금융은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으로서 다음의 세 가지를 부담해야 한다.
첫째, 건전하게 적정한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다.
금융회사가 존속하지 못하면 고통받는 고객이 생길뿐만 아니라 국민혈세가 동원돼 비난의 대상이 되는 문제가 있다. 또 확실한 존속을 위해 높은 이익 달성에 치중하면 금융회사가 자기 배만 불리고 있다는 비난에 직면한다. 최근 금융회사들은 소비자를 담보로 땅 짚고 헤엄치는 이자 장사를 함으로써 쉽게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는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사실 금융사가 땅을 짚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잘 보이지 않는 상품개발과 영업의 고단함, 수많은 신용분석 작업과 리스크관리의 어려움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럼에도 금융회사는 국민 눈높이에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금융은 사회적 산업으로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이익이 과도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는 이유다.
둘째, 지속가능한 수준에서 사회적 필요에 부응하는 것이다.
18~19세기 영국 런던 사람들은 은행을 산꼭대기에 있는 도시에 비유했다. 런던은 이미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였지만 부는 일부에게 집중돼 부유층과 빈곤층으로 사회계층이 나뉘었고 당시 은행의 서비스는 부자들에게 집중됐으며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은행은 그들을 대변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1810년 서민을 위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저축은행이 등장하게 되고 이후 저축은 영국 사람들에게 중요한 재테크 수단이 됐다. 서민들이 저축을 통해 미래의 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최근 국내 여러 저축은행에서도 서민들의 목돈 마련을 위해 3%가 넘는 적금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서민들을 위한 햇살론과 사잇돌 대출 등 다양한 대출상품도 제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서민들의 대출 상환부담 축소를 위한 최고금리 인하와 추가적인 금리 인하, 그리고 그 대상의 확대에 있어서도 전체 저축은행이 협력하고 있다.
셋째,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다.
최근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은 금융회사의 기본활동으로 정착되고 있다. 매년 많은 대형 금융사들이 CSR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을 정도로 그 관심이 크고 장애인이나 고령층 등 금융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뿐 아니라 사회 각계와 문화예술 전반에 걸친 후원도 폭넓게 이루어지고 있다. 저축은행과 같은 중소형 금융회사들도 CSR활동을 점차 확대하며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른 산업에 비해 금융산업이 지역사회 봉사에 더 적극적이어야 하는 이유는 사회의 안정과 경제의 활성화가 뒷받침돼야 금융이 시너지를 발휘하며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대한민국의 금융이 올바른 사회적 책임 이행을 통해 자유로이 비상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