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아무래도 아이랑 같이 가면 눈치가 많이 보이죠. 그러다 보니 갈 곳도 제한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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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구에 거주하며 5살 아들을 둔 직장인 김모(34·여)씨는 명절에 가족과 식당을 가려고 하면 걱정이 앞선다. 작년 추석에 가족들과 찾았던 카페에서 아들이 크게 떠들어 다른 사람들에게 눈총을 받았기 때문이다. 물론 김씨도 그 자리에서 아들에게 주의를 주긴 했지만, 카페에 오래 있기 불편해서 결국 집으로 돌아왔다. 김씨는 “평상시에는 남편과 아이랑만 사니까 이런 곳을 피해 교외로 다녀 이런 불편함을 만들지 않는다”면서도 “가족과 함께 있는 명절에는 다 함께 움직이다 보니 선택지가 별로 없어서 큰 고민이 된다”고 말했다.
김씨처럼 돌아오는 명절에 아이와 갈 식당·카페를 놓고 고민에 빠지는 사람이 많다. 사람들이 많이 모인 장소에서 큰 소리로 떠들고 뛰어다니는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예전과 같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아이들이 겪는 사회화 과정의 일환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노 키즈 존(어린 사람 입장할 수 없는 공간)’으로 대표되는 문화가 번지고 있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아이에 대한 혐오 정서가 퍼지고 있다는 방증인 셈이다.
김씨의 걱정은 비단 명절 때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만큼 노키즈 존과 관련된 논란은 최근 몇 년 새 이어지고 있다. 노키즈 존을 영업 방침으로 삼는 업주들은 아이들이 가게 안에서 뛰다가 사고가 날 위험이 있다는 것과 아이들이 내는 소리가 시끄러워 다른 손님에게 방해된다고 한다. 이런 상황 속에 눈치 보기가 싫어 근교의 식당과 카페로 나가는 아이 가진 부부들이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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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의 걱정을 덜어줄 수 있는 곳이 생겨 관심을 끌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시의 ‘서울키즈 오케이 존’이다. 이 공간은 아이를 동반한 가족이 환영받고 편안하게 방문해 외식할 수 있도록 의자·식사 도움 용품 등을 갖춘 양육친화 곳을 표방한다.
김씨가 마음 놓고 다닐 수 있는 식당의 환경은 어떨까. 이데일리가 지난 12일 오후 서울 은평구 불광동의 서울키즈 오케이존에 등록된 한 식당을 방문했다. 해당 식당은 스시 롤과 샐러드 등을 주로 판매하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수유실을 비롯해 한 쪽에 키즈 카페와 아이들이 놀 수 있는 놀이 기구를 마련하고 있었다. 이곳에 아이와 부인과 자주 온다는 이모(36)씨는 “아이들이 놀기 좋은 놀이방도 있기도 하고 아이들과 같이 밥 먹기 좋은 공간이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이 가게 주인이 꼬마 손님을 다루는 솜씨도 예사롭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사탕을 나눠주며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해주었다. 사장인 윤모(52)씨는 “사람 사는 곳에 아이들이 없을 수 없는데, 아이들만 보면 너무 이쁘다”면서 “애초에 가게를 만들 때부터 아이들을 고려한 가게를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이어 “아이들이 있으면 따뜻한 분위기가 만들어지니까 즐겁게 밥 먹는 식당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부모들도 아이들을 놀이방에 놀게 하고 편하게 밥 먹을 수 있어서 일석이조가 아닐까 싶다”고 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오케이 존을 붙이고 식당을 하는 한 사장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사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애들이 좀 시끄럽다고 갈 데가 없다는 게 너무 안타깝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저도 애들 키워봐서 알겠지만, 상식을 가진 부모들은 대게 아이들이 공공장소에서 잘못하면 주의를 줄 때가 대부분”이라면서 “몇 개 기사를 가지고 마치 부모들이 교육을 안 하는 식으로 몰고 가 결국 노키즈 존을 만든 것은 문제가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사람들의 선함을 믿는다”고 덧붙였다.
다만, 사장들도 기본적인 서로 간의 배려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서울 강서구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한 사장은 “기본적인 예절을 가르치는 것은 중요한 것 같다”면서 “저도 애를 키우는 처지지만 4~5번씩 말을 하면 대게 아이들이 말을 알아듣는데, 이걸 못 기다려주고 마치 아이들이 문제야라는 식으로 몰고 가는 것은 너무 정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잘 타이르도록 말해서 노키즈 존도 그렇고 오케이 존도 그렇고 없어지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