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고려시대 사람들은 불교 경전을 베껴쓰는 ‘필사’를 함으로써 공덕을 쌓았어요.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 바로 ‘사경’(寫經)인데요. 공덕을 위한 목적에서 제작된 사경은 불경을 널리 보급시키는 유일한 수단이기도 했습니다. 고려인들은 이 사경을 일반적인 먹으로 쓴 것이 아니라 아교에 금가루와 섞어 만든 금니와 은니로 한자 한자 정성스럽게 써서 만들었어요. 아교가 섞여 글을 쓰기도 쉽지 않았을텐데 이렇게 불경을 필사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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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사경은 독특한 몇 가지 특징을 지니고 있어요. 경을 감싸주는 겉표지 그림에는 금은니로 보상당초문을, 안표지 그림에는 경전의 내용을 쉽게 묘사한 변상도가 금니로 각각 그려져 있어요. 형상은 권자본(卷子本·두루마리로 된 책)과 절본(折本·종이를 옆으로 길게 이어 일정한 폭으로 접어서 갠 책)이 있는데 보통 절본이 많습니다. 절본인 경우 크기는 너비가 31㎝, 길이는 11㎝이고 1면에 6행을 구획해 1행에 17자로 썼어요.
우리 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사경은 통일신라 경덕왕 때 만들어진 ‘백지묵서대방광불화엄경’ 권43이에요. 장식경 또는 공덕경의 의미를 보여주는 최초의 작품인데요. 1979년 국보로 지정된 이 사경의 겉표지 그림과 안표지 그림은 금은니로 그림을 그렸어요. 경문에서는 흰 닥나무 종이에 묵자로 글을 쓴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최근 일본에서 환수된 ‘묘법연화경 권제6’에서도 사경을 제작한 목적을 엿볼 수 있어요. ‘묘법연화경’은 부처가 되는 길이 누구에게나 열려있음을 기본사상으로 한 경전이에요. 고려시대 묘법연화경은 호림박물관 소장본이 국보로 인정받는 등 당대 한·중·일 사경 중에서도 최고 수준으로 손꼽히고 있어요. 총 7권 중 제6권인 ‘묘법연화경 권제6’은 묘법연화경 전파의 중요성과 공양 실천을 강조하고 있는데요. “만일 이 ‘법화경’을 받아 지녀 읽고 외우거나 해설하고 옮겨 쓰면 이 공덕으로 눈, 귀, 코, 혀, 몸, 뜻이 다 청정하리라”라는 내용이 적혀 있어요.
이 작품은 쪽빛 염색을 15번 이상 해야 나오는 ‘감색’(紺色) 종이에 글자마다 개성있는 필체로 표현이 돼 있어요. 특히 금은니로 글자를 썼던 것은 그만큼 금과 은이 그 시기에 가장 귀했기 때문이에요. 감색을 만들기 위해 10번 이상 염색을 했던 것도 그만큼 정성을 들인 것이라 볼 수 있는데요. 최상의 품질로 사경을 만들어 자신의 신앙을 표현한 것이죠. ‘묘법연화경 권제6’은 700년 가까운 세월에도 보존 상태가 양호해 앞으로 다양한 연구와 전시에 활용될 전망이라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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