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 종자(씨앗)를 직접 구매해 재배하는 범죄가 근절되지 않는 가운데, 온라인에서 세관을 피해 ‘소량 구매’와 반입 방법을 공유하는 일이 버젓이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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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30개 정도 시켰더니 세관에 걸려서 폐기했다”며 “10개씩 소량으로 여러 번 주문했더니 아직 걸린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수십 개에 달하는 대량이 아니라면 냄새가 나지 않기 때문에 탐지가 어렵다”, “10개 정도로 한정해 신발, 가방 바닥 등에 나눠서 가져오면 된다” 등 단속을 피하려는 방법으로 ‘소량’을 강조했다.
여기에 소량으로 들여온 대마를 재배하는 방법도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다. 직접 구글 등 온라인에서 대마 종자 중 한 종류를 검색해보니 “씨앗 1개를 7.86유로(한화 약 1만원)에 판다”는 소개와 함께 대마 재배법, 건조 및 가공법에 대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었다.
이처럼 소량으로 대마 씨앗을 들여 오는 일이 어렵지 않다 보니, 주택가 등에서도 대마 불법 재배 사례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27일 제주경찰청은 오피스텔 안에서 대마를 재배한 남성 2명을 구속했다. 이들은 해외 사이트를 통해 대마 씨앗과 재배 시설을 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대마는 피우는 것뿐만이 아니라 재배하는 경우에도 5년 이하의 징역형,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실제 씨앗을 포함해 해외에서 들여오는 대마는 끊이지 않고 있다. 대마는 지난 2년간은 물론, 올해 들어서도 가장 많이 단속되는 마약류에 이름을 올렸다. 관세청이 발표한 ‘2023년 3월 기준 마약검거실적’ 자료에 따르면 대마종자를 포함한 대마류는 46건으로 단속 건수 1위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필로폰 31건, 코카인 3건 등 순이었다. 대마 사범도 증가세다. 검찰청이 발표한 ‘2023년 2월 마약류 월간 동향’에 따르면 올해 1~2월 대마 사범은 527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479건) 대비 10% 늘었다.
소량의 대마 씨앗 유입이 잇따르고 있지만, 단속은 어려운 실정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마약 종류별 대책을 찾기에도 인력 전반의 한계가 있어서 대마 중에서도 밀수가 쉬운 소량의 대마 종자만을 더 세분화해 유입량 통계를 만들고, 별도 대책을 세우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약 밀수 범죄가 늘자 소량이든 대량이든 전반적으로 밀반입을 차단하기 위한 장비 확충 및 인력 강화 계획을 지난 2월 발표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대마 씨앗 소량 매입과 같은 ‘꼼수’를 철저히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용 대마 연구자인 최형우 국립안동대 식물의학과 교수는 “정부가 소량은 안 걸리면 그만이라고 안일하게 생각하고 들여오는 사람들의 의식 수준을 바꾸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 등과 적극적인 캠페인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교수 역시 “수요 억제라는 차원에서 소량의 씨앗 직구부터 근절해야 한다”며 “호기심을 사전에 차단하고, 강한 처벌도 동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