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자동차와 반도체 등 국내 제조업체들의 피해는 물론이고 국제 교역 감소에 따른 수출 피해, 원자재 가격 상승을 통한 국내 인플레이션(지속적 물가 상승) 압력 고조 등 전방위적인 부작용을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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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대외경제분과실장인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국제금융연구실장은 27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기 때문에 타이밍 상 미국과 유럽연합(EU)이 군대를 지원하거나 파견할 수 있는 시점을 놓친 만큼 서방권의 러시아 제재는 가능한 최대치로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 금융회사의 대외거래를 차단하는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퇴출까지 이뤄졌지만, 그 이상의 최대한 경제 제재를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면서도 “현재 우리의 대러시아 수출 비중은 1.5~2% 수준이고 한 해 러시아로의 투자도 1억달러 정도로 규모가 크지 않아 심각한 충격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산업별로는 자동차와 반도체업종의 타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지 실장도 “다른 업종 타격은 크지 않겠지만, 러시아에서 한 해 최대 40만대까지 자동차를 팔았던 현대기아차나 비중이 꽤 높은 LG전자 등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봤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정민현 러시아·유라시아팀 부연구위원은 “미국의 수출규제가 적용되면 우리 반도체 수출이 부정적 영향을 입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는 ”미국산 기술과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제3국의 생산제품도 미국산으로 간주해 수출을 제한하는 해외직접제품규제(FDPR)가 포함된 만큼 수출규모는 크지 않아도 시장 교란으로 반도체 가격 변동이 발생할 가능성에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했다. 또 ”아직 자동차, 스마트폰 등 우리 수출 주력상품은 FDPR에 적용되지 않았지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공급망 교란과 국내 인플레이션 상승압력을 더 우려하기도 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인 이시욱 국제통상학회장은 이번 사태가 장기전 양상으로 흘러갈 것으로 점치면서 우리 경제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는 부문으로는 공급망 교란과 인플레이션 압박을 꼽았다. 그는 “반도체산업만 봐도 네온(Ne)과 크립톤(Kr) 등 반도체 생산 공정에 들어가는 필수 소재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대량 수입하고 있는데, 당분간 대체 수입선을 찾지 못한 채 사태가 장기화하면 공급망 교란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면서 “공급망 교란, 유가· 원자재값 상승 등 공급 측 요인들이 계속해서 국내 물가에 상당한 상방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 실장도 “천연가스나 밀, 니켈 등 주요 원자재 품목별로 러시아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높은 만큼 수출이 막힌다면 원자재 가격 상승은 굉장히 큰 폭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어 우리 물가나 국제수지에 영향을 주는 간접적 피해를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신(新)냉전 체제에 따른 국내 수출 둔화 가능성을 우려하는 쪽도 있었다. 정대희 한국개발연구원(KDI) 글로벌경제연구실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대러시아 제재가 장기화하면 교역부문의 탈세계화 현상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사태가 장기화되면 러시아는 중국 등 국가와 거래 관계를 회복하고 이 과정에서 국제 교역에 큰 충격을 가할 수 있다”며 “탈세계화와 경제적 디커플링에 대한 우려에 비해 아직까지 현실화되지는 않았는데 이번 사태가 그 같은 흐름을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