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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상동맥을 통한 혈액 순환이 지장받는 것은 거의 대부분 동맥경화증 때문이다. 동맥이 고혈압과 같은 물리적인 힘에 의해서 손상이 되거나, 당뇨병에 의한 혈중 포도당이나 고지혈증에 의한 혈중 지질에의해 혈관 안쪽을 감싸고 있는 내피세포가 손상되면서 혈관벽에 이물질들이 쌓이게되어 혈액이 흐를 수 있는 공간이 좁아지게 되고 혈관이 딱딱하게 굳는 것이 동맥 경화증이다.
이렇게 좁아진 혈관을 통해서 피가 흐르도록 해 주기위해서 많은 시도들을 해 왔다. 가장 첫번째 시도가 혈관의 좁아진 부위를 우회해서 혈액이 갈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주는 것이었고, 이것을 ‘관상동맥 우회술’이라고 부른다. 관상동맥 우회술은 새로운 혈관을 관상동맥에 이어주는 치료인데, 2-3mm안팎의 작은 혈관을 이어주기 위해서는 심장을 일시적으로 멈춰야 하기때문에, 고도의 전문성을 가진 의료진만이 이루어 낼 수 있는 성과이다.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고나면, 심장근육은 두개의혈관을 통해 혈액을 공급받게 되면서 안전성이 확보된다. 하지만, 수술이라는 과정이 주는 부담때문에 좀 더 간단히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를 계속 고민해왔다.
그런 고민 중에 혈관 내부로 기구를 들여보내서 치료하고자 하는 시도가 생기게된다. 가장 먼저 시도된 혈관내 기구는 풍선이었다. 좁아진 부위에 부풀리지 않은 풍선을 위치시키고, 풍선에 공기를 불어넣어주면 풍선이 부풀면서 혈관도 넓어질 거라는 아이디어였다.
컬럼부스의 달걀처럼 너무나 단순한 아이디어 같이 보이지만,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아이디어였고, 관상동맥 질환의 치료 역사에 큰 전환점이 생기는 계기가 되었다. 초기에는 기구가 투박하고, 치료 기술을 가진 의사도 한정적이어서 치료를 적용할 수 있는 환자가 많지 않았으나, 차츰 기술이 발전하면서 아주 작고 많이 구부러진 혈관까지 들어갈 수 있는 기구들이 개발됐고, 지금은 관상동맥질환을 가진 환자중 5분의 4 환자는 이 방법으로 치료 받는다.
하지만 풍선으로 넓혀 놓은 혈관은 자체 탄성에 의해서 다시 좁아지기도 하고 강제로 넓히는 과정에서 상처입은 혈관의 흉터가 덧나서 처음보다 더 좁아진 상태가 되기도 한다. 초기에는 이런 비율이 50%넘었으니 치료 효용성은 많이 떨어졌다. 풍선 치료 이후에 다시 좁아지는 것을 막아보고자 스텐트라고 불리는 그물망이 개발됐다.
볼펜 스프링처럼 생긴 금속구조물을 풍선 위에다 납작하게 눌러 붙여서 직경을 작게 만들어 놓고, 풍선과 스텐트를 같이 좁아진 부위까지 밀어넣고, 풍선을 불려주고나면 혈관 탄성때문에 다시 좁아지려고 할 때 그물망이 아틀라스 처럼 혈관벽을 지지해 줌으로써 혈관이 늘어난 상태로 유지되게 되는 것이 스텐트의 원리이다.
스텐트치료가 도입된 초기는 30%가까이 재협착-혈관이 다시 좁아지는 현상-이 생겼지만, 스텐트제작기술과 재협착의 근본원인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면서 현재는 재협착률이 10%미만으로 떨어지게 됐다. 그 사이에 혈관에 쌓여있던 기름덩어리를 갈아내는 기구, 대패처럼 생긴 기구로 잘라내는 기구, 레이저로 녹여내는 기구 등 많은 치료 기구들이 개발됐다. 치료 법들마다 장단점이 있어, 현재는 스텐트 치료를 기본으로 하고 상황에 따라 다른 치료법들을 보조해서 사용하는 것이 기본 치료법으로 자리 잡았다.
혈관의 막힌부위를 돌아가는 관상동맥 우회술이나, 막힌부위를 넓혀서 바로가는 관상동맥 중재술이나 모두 허혈성 심장질환(심장에 혈액이 충분이 가지 않아서 생기는 병)을 앓고 계신 분들에게는 고통애서 벗어나서 즐거운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해주는 고마운 치료법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