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진철 신정은 기자] 애플이 9일(현지시간) 야심차게 선보인 ‘애플워치’에 대한 다양한 평가가 쏟아지는 가운데 미국 현지언론들은 ‘혁신이 없다’며 차가운 반응을 보였다.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애플워치의 존재 이유를 알 수 없다”고 혹평했다. 제임스 맥퀴비 포레스터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시간을 말해주고 이메일을 보내고 문자 메시지를 보내며 전화통화와 애플 페이를 사용하는 등 기존 ‘아이폰’이 다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는데 번거롭게 배터리를 낭비하고 심지어 아이폰 자체의 배터리까지 잡아먹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애플워치 가격이 일반적인 스마트워치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도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1만달러가 넘는 한정판 애플워치에 대해 “통상 비슷한 제품의 가격이 높다면 특별한 기능과 차별화된 디자인이 있어야 한다”며 “애플워치는 금(金)을 소재로 했다는 것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미국 소비자 가운데 절반은 이런 애플워치를 살 의사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 잡지 포브스는 전자제품 전문 쇼핑몰 테크바겐스닷컴이 최근 500명의 소비자를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54%가 애플워치를 구입하지 않겠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 설문조사는 애플워치가 공개되기 이전에 실시된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전세계인 7명 가운데 1명은 애플워치를 갖게 될 것이라는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도 있다.
토니 사코나기 샌포드 C.번스타인 애널리스트는 “애플워치가 장기적으로 생명을 살리는 건강 관리 필수 기기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며 “10억대 이상 팔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를 위해서는 24시간 혈압이나 심박수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기능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도 애플워치가 기존 스마트 워치들과 비교할 때 기능적인 측면에서 눈에 띄는 차별성이 없다는 반응이다.
박영주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결국 손목에 올라가는 워치의 특성상 스크린 크기가 작을 수 밖에 없고, 작은 스크린에서 구현할 수 있는 기능이 현재로서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면서 “애플도 이러한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은정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애플워치가 기능 측면에서 아이폰6와 유사하고, 앞서 출시된 스마트 워치와도 큰 차별성을 보이지 못해 스마트폰 시장의 잠식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애플워치는 3종의 디자인과 메탈·스틸·금의 소재 중에서 소비자가 고를 수 있어 패션 아이템으로 활용할 수 있다. 고정우 BS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당분간 스마트 워치는 스마트폰 액세서리 수요에 그칠 것”이라며 “스마트 워치가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할 지가 향후 수요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경쟁사들은 애플워치의 배터리와 LTE 통신 및 방진 여부 등 세부적인 성능을 좀 더 살펴봐야 한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다만 현재까지 나온 언론과 증권사 등의 평가를 볼 때 혁신적인 요소가 없어 글로벌시장에서 큰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라는 시각을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애플워치의 가장 강력한 구매 후보자인 아이폰 사용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 지가 향후 판매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스마트워치 시장을 먼저 키워야 하는 단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