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찾은 황주호 사장
북미사업센터 개소하고,
AC와 파트너십 협약 체결
체코 원전수출 발목 잡은,
웨스팅하우스와 합의 모색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대(對)미국 협력 관계를 전방위로 확대하고 있다. 원자로 원천기술의 지식재산권(IP)을 둘러싼 미국계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와의 분쟁을 원만히 마무리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으로 풀이된다.
| (왼쪽부터)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AC)의 최고경영자(CEO) 프레데릭 캠프(Frederick Kempe)와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사장이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원자력 협력 파트너십 협약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한수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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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은 황주호 사장이 11일(이하 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미국의 국제문제 분야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AC)와 파트너십 협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한수원은 AC와 3년간 한·미 원자력 협력 증진을 주제로 교류하기로 했다. AC는 2차대전 후 북미·유럽을 중심으로 한 국제협력 관계를 통해 국제 안보와 세계 경제 번영을 도모하고자 1961년 설립된 중도 성향의 온건 싱크탱크다. 동맹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만큼 동맹 관계인 한국의 입장을 미 정부 정책 제언 때 반영할 여지가 크다.
한수원과 AC는 이날 협약식 후 한·미 원자력 협력과 산업계의 역할을 주제로 워크숍을 열고 교류의 시작을 알렸다. AC의 다니엘 포네만과 캐피털시티벤처스의 조지 데이비드 뱅크스를 비롯한 현지 싱크탱크 전문가와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사 ARC 클린에너지의 이르판 알리, 황용수 한전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KINGS) 특임교수, 미국 핵연료 공급사 센트러스 에너지의 션 오일버트 등 양국 원자력계 전문가가 한·미 원자력 협력을 논의했다.
한수원은 최근 미국 원자력계와의 협력 확대에 공들이고 있다. 하루 앞선 지난 10일엔 미국 워싱턴D.C.에 북미사업센터를 개소하고 한·미 원자력계가 교류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 9일에도 센트루스와 원전연료 공급 계약을 위한 주요 조건 합의서에 서명했다. 센트루스는 미국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차세대 원전 SMR의 원료인 고순도 저농축 우라늄(HALUE) 생산 허가를 받은 유일한 기업이기도 하다.
| 체코 두코바니 원자력발전소(원전) 전경. 체코 정부는 이곳에 원전 2~4기를 신설키로 하고, 지난 7월 이곳 사업자 본계약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을 비롯한 ‘팀 코리아’를 선정했다. (사진=한수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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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사장이 이처럼 미국을 찾아 한·미 원자력계 교류 확대에 나선 건 체코 원전 2~4기 신규 건설 사업 추진 계획과 무관치 않다. 한수원은 체코 정부로부터 최소 24조원으로 추산되는 이 사업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돼 내년 3월을 목표로 본계약 협상을 진행 중인데, 한국 첫 원전인 고리 1호기 건설 사업자인 미국계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가 한국 원자로 원천기술 보유를 주장하며 체코 정부에 이를 문제 삼는 등 발목을 잡으려 하고 있다.
한국 원자력계는 1970년대 초기에 미국 원천 기술을 전수받은 건 맞지만, 이후 독자 기술을 개발해 독자 수출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세계적 영향력과 원전을 포함한 한·미 동맹 관계를 고려했을 때 원만한 해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웨스팅하우스 역시 자체 원전 건설 기술 약화로 불가리아 원전 건설 사업 때 현대건설(000720)을 건설 부문 파트너로 낙점하는 등 한·미 동맹의 이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업계는 한국형 원전의 첫 수출사업인 아랍에미리트(UAE) 때처럼 체코 원전 본계약 전 웨스팅하우스와 원만한 합의가 이뤄질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황주호 사장은 이날 AC와의 협약식에서 “미국의 저명한 싱크탱크와 원자력 분야에서 협력하게 돼 기쁘다”며 “이번 협력이 한·미 원자력 협력의 중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