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라서·실질액수 줄어서"...'자영업자 출산급여' 수령자 감소한 이유

노희준 기자I 2024.07.01 05:45:05

고용보험 미가입자 출산급여 제도개선 필요 지적
2019년 시행 이후 총 4만9203명 수령...감소세
출산율 감소 고려해도 설문조사 '잘안다' 22.7%뿐
2019년 이후 물가 12% 오를 때 150만원으로 동일
"출산급여 산정방식 물가지수와 연동하는 것도 고려해야"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사진=연합뉴스)
자영업자와 임금근로자간의 ‘돌봄 정책 격차’가 큰 상황에서 1인 사업자(자영업자)와 프리랜서 등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이들이 그나마 받을 수 있는 출산급여의 수급자가 전반적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산율 감소를 고려하더라도 물가상승률이 반영되지 않는 데다 대상자 70%는 제도를 잘 모른다는 조사결과도 나와 수급액 조정과 홍보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래픽= 김정훈 기자)
30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9년 7월1일부터 시행된 ‘고용보험 미가입자’에 대한 출산급여 수령자는 지난해까지 4만 9203명이다. 시행 첫해 반기인 2019년(4353명)을 제외하면 수령자가 2020년(1만2342명)에서 2021년(1만1565명), 2022년(1만451명), 2023년(1만492명)으로 전반적으로 감소 추세다. 정점인 2020년에 비해 지난해는 15% 줄었다.

고용보험 미가입자 출산급여는 소득활동을 하고 있지만 고용보험의 출산전후휴가 급여를 지원받지 못하는 출산 여성에게 예산(일반회계)에서 월 50만원씩 3개월간 150만원을 지원하는 제도다. 고용보험 적용을 받는 근로자는 출산전후휴가와 그에 따른 휴가 급여를 지원받지만 출산휴가라는 개념조차 없는 자영업자 여성 등은 모성보호 제도 사각지대에 놓여있어 이들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자영업자 등은 ‘휴가’나 ‘휴직’ 아니라 ‘휴업’만이 있다. 육아휴직 개념부터 성립되지 않는 자영업자가 육아휴직 급여를 받을 수 없는 것과 유사하다.

지급 대상은 크게 1인 사업자, 특수형태 근로자(특고) 및 자유 계약자(프리랜서), 고용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 등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수령자는 1인 사업자가 5837명(55.6%)으로 가장 많고 이어 특고·프리랜서가 4347명(41.3%), 기타 308명(2.9%) 순이다.

고용보험 미가입자 출산급여가 줄어드는 것은 전반적인 출산율 하락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임기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은 2019년 0.92명에서 2020년(0.84명), 2021년(0.81명), 2022년(0.78명) 2023년(0.72명)으로 줄곧 떨어졌다.

(그래픽= 김정훈 기자)
여기에 제도 자체가 잘 알려지지 않은 점도 수급자 하락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이데일리가 벼룩시장에 의뢰해 1인 사업자, 특고, 프리랜서 등 494명을 대상으로 6월 10~19일까지 10일간 고용보험 미적용자 출산급여에 대한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고용보험 미적용자 출산급여를 ‘잘 알고 있다’는 응답은 22.7%에 불과했다. ‘들어본 적은 있으나 잘 알지 못한다’는 응답이 56.9%, ‘처음 듣는다’는 대답도 20.4%로 집계됐다. 77.3%가 처음 듣거나 들어봤지만 잘 모른다는 얘기다. 실제 고용보험 미적용자 출산급여를 받아봤느냐는 설문에도 40.2%만이 ‘있다’고 답했다.

설문에서 고용보험 미가입자 출산급여가 출산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는 데 ‘도움이 됐다’는 답변이 64.4%로 집계됐다. 이어 보통(31.1%), 도움이 안됐다(4.4%) 순이었다. 150만원인 지원 금액 수준을 두고는 ‘적당하다’(48.6%)가 가장 많았다. ‘보통이다’(26.3%), ‘부족하다’(25.1%)가 뒤를 이었다.

현장에서는 고용보험 미가입자 출산급여 수준을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자영업자 협동조합 한 관계자는 “5년 간의 물가인상률도 반영되지 않아 출산급여 실질급여액은 외려 감소했다”며 “고용보험 모성보험제도의 사각지대 해소라는 제도 취지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고용보험 미가입자 출산급여가 지급된 2019년 이후 지난해까지 소비자물가는 12.2% 상승했다.

박은정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고용보험 미가입자 출산급여 산정 방식을 물가지수와 연동해서 산출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며 “초기에 정액제로 도입한 것은 저항이 적고 빠르게 추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급여 수준을 어떻게 높일지 논의해볼 때가 됐다”고 했다.

최근 서울시는 내년부터 고용보험 미가입자의 출산급여 지원액(150만원)에 추가로 90만원을 지원키로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150만원은 고용보험법상 노무제공자(보험설계사, 학습지 방문강사)에게 지원되는 출산전후급여 하한액인 240만원에 못 미친다”고 했다. 2023년 기준 서울시 자영업자는 81만5000명으로 이 중 1인 자영업자는 51만 6000명(63%)이다.

자영업계 한 관계자는 “출산전후 휴가 급여나 육아휴직 급여 등 모든 임신과 출산 지원제도는 임금근로자 중심으로 운영돼 자영업자는 항상 소외돼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출산육아 정책에서도 자영업자·특고·플랫폼노동자 지원 방안은 추후 논의 과제로만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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