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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1위 수성"…삼성·SK, 불황에도 ‘기술 경영’ 역대급 R&D 투자

김응열 기자I 2024.03.25 05:45:00

삼성전자, 지난해 R&D 투자에 28.3兆 ''역대급''
4.2조원 투입한 SK하이닉스, R&D 비중 13%
“추격 따돌리려면 불황에도 기술 집중해야”

[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가 지난해 반도체 한파를 직격으로 맞은 가운데에도 적극적인 연구개발(R&D)에 나서는 ‘기술경영’을 이어갔다. 미국과 중국 등 경쟁기업들의 추격이 거센 가운데 미래 경쟁력을 쌓아 메모리 반도체 패권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삼성·SK 각각 매출의 10.9·12.8%

2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구개발비로 28조3528억원을 투입했다. 전년도인 2022년 24조9292억원보다 약 13.7% 늘었다.

매출액 중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0.9%를 기록하며 10%대에 진입했다. 전년도에는 8.2%였고 2021년에도 8.1%로 8%대를 유지했는데 이보다 3%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부진했다. 지난 2022년 300조원을 돌파한 매출액은 지난해 들어 258조9355억원으로 14.3% 줄었고 이 기간 영업이익은 무려 84.8%가 빠졌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R&D 비용을 더 늘렸다.

삼성전자가 업계 최초로 개발한 LPDDR D램 기반 7.5Gbps LPCAMM.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의 GDDR7 D램.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지난해 공격적인 R&D로 LPCAMM(Low Power Compression Attached Memory Module)과 GDDR7 D램 등의 개발 성과를 올렸다. LPCAMM은 LPDDR 패키지 기반 모듈 제품으로, 기존 DDR 기반의 노트북용 메모리와 비교해 성능은 최대 50%, 전력효율은 최대 70% 향상된 점이 특징이다. GDDR7은 그래픽용 D램인데 그래픽, 데이터센터, 인공지능(AI) 등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는 응용처에 쓰인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 R&D 투자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지난해 SK하이닉스가 집행한 연구개발비 규모는 4조1884억원이다. 금액만 놓고 보면 전년 4조9053억원보다 14.6% 감소했다. 다만 매출액에서의 비중은 12.8%로 2022년 당시 11%보다 상승했다.

SK하이닉스의 수익성을 고려하면 R&D에 적지 않은 자금을 쏟았다는 평가다. 재무건전성을 고려하면서도 R&D에 집중했다는 해석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연간 매출로 32조765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44조6216억원에서 26.5%가 빠진 규모다. 더구나 지난 한 해 연간 7조730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4조원대 연구개발비를 투입했다. SK하이닉스의 2021년 영업이익은 12조4103억원이었는데 당시 집행한 연구개발비 4조448억원보다 지난해 쏟은 R&D 투자 금액이 많은 것이다.

SK하이닉스의 HBM3E.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R&D 성과 중 가장 두드러지는 건 AI향 고대역폭메모리(HBM) 5세대 제품인 HBM3E 개발 성공이다. 메모리 업계 처음으로 5세대 제품을 선보였고 대량 양산 시점도 업계에서 가장 빨랐다. 아울러 지난해 1월 모바일 D램 LPDDR5T 개발에 성공한 뒤 약 10개월 만인 같은 해 11월 상용화에 성공하기도 했다.

◇미래 시장 수익성 극대화 전략

반도체 기업들이 경영 악화에도 R&D에 힘을 싣는 건 미래 시장에서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반도체 산업은 기술 발전이 빠르고 특히 메모리의 경우 승자독식 체제가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 차세대 제품을 먼저 개발한 기업이 고가에 제품을 팔다가 후발주자가 비슷한 사양의 제품을 내놓으면 공급이 늘어나는 효과로 가격이 떨어진다. 선단 제품을 누가 먼저 개발하고 제품 상용화에 성공하느냐가 수익 극대화의 열쇠다.

더욱이 미국 마이크론과 중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 YMTC 등 경쟁기업들의 추격이 거세다. 인공지능(AI)향 고대역폭메모리(HBM) 후발주자인 마이크론은 5세대 제품인 HBM3E 양산에 성공하며 기술력에서 바짝 따라왔다. YMTC도 232단 낸드 개발과 양산에 성공하며 238단까지 쌓은 우리 기업의 턱밑까지 쫓아왔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는 기술 개발 속도가 워낙 빨라 잠깐 방심하면 경쟁력이 뒤처질 수 있다”며 “R&D는 경기가 나쁘더라도 지속적으로 집중해야 하는 투자”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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