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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원장은 이같은 중국의 경기 둔화가 우리 실물경제와 금융·외환시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중국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며 저축이 점점 늘어나고 소비가 부진하다”며 “여기에 더해 부동산 리스크와 지방정부 부채 문제 등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이후 하방 리스크가 크게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원장은 “이 같은 상황이 시스템 리스크로까지 번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추세적으로 더이상 6~7%대 성장을 지속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로 가면서 경기 둔화가 금방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며 중국 경기 둔화 장기화를 예상했다. 이어 “제조업 수출 비중이 큰 우리나라는 결국 성장 측면에서 수출 부진 요인이 생길 것이고, 우리나라 국채시장과 외환시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지속적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철강, 석유화학 등 중간재 부분에 대해서는 중국 대체율이 높아져 수출 모멘텀이 사라졌다는 판단이다. 이 원장은 “정부가 추진하는 수출·투자 다변화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초격차 기술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수출 동력을 찾아야 한다”면서 “디지털 전환 시대에 반도체 등 기술에 대한 초격차를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기업들이 스스로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유인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최근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의 한미일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큰 변곡점이라고 평가했다. 이 원장은 “이전에는 안보 때문에 경제를 희생하거나 경제 때문에 안보를 희생하는 등 선이 명확하지 않았는데, 안보 문제에 있어서는 (중국과) 선을 확실히 하고 경제에 있어서는 ‘리스크가 있는 경제적 파트너’로서 어떻게 협력할 것인지 생각할 수 있게 된 것”이라며 “전 세계적 경제 불확실성 속에서 한미일 공조 강화는 불가피하고 제대로 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가 기대했던 것만큼 크지 않다.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은. .
△중국의 올해 2분기(4~6월) 성장률은 작년 동기보다 6.3%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지만, 작년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하면 낮은 수치다. 연간 환산(연율) 성장률도 3.2.%로 실적치가 좋지 않아 경기둔화 우려가 계속 확대되고 있다.
특히 미래 불확실성이 커지며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저축이 점점 늘어나고 소비가 부진해지는 모양이다. 부동산 리스크와 지방정부 부채 문제 등 전체적으로 리오프닝 이후 하방 리스크가 커졌다. 최근 비구이위안과 헝다(에버그란데) 등 부동산 개발업체에 대한 수익 악화도 지속되고 있다. 장기적으로 시스템 리스크로까지 번지지는 않겠지만 경기둔화가 생각보다 길게 올 수 있다.
우리나라는 제조업 비중이 높고 중국에 대한 노출이 커 성장 측면에서 수출 부진 요인이 생길 것이다. 또 중국이 자금 해외 유출을 막고 외국에 있는 채권을 매도하면 우리나라 국채시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위안화와 원화가 동조성이 있는 만큼 외환시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중국 경기둔화에 우리가 대응할 방안은.
△최근 우리나라의 수출구조가 바뀌고 있다. 올해 7월까지 대중수출은 19.6%으로 작년 22.8%에서 떨어지고 있다. 반면 대미 수출 비중은 18%로 상승했다. 우리나라 수출대상국에 대한 구조가 점점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인도나 동남아로 수출 다변화 노력도 해야 하지만, 아직 인프라나 인력 등 여러 사회경제적 여건이 중국을 대체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
수출시장에서 미국 등 선진국 비중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결국 정부가 펀더멘탈로 되돌아가 초격차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중국에 대한 중간재 수출 모멘텀이 사라졌으니 기업의 기술역량을 늘려주는 등 초격차 기술 확보로 수출 동력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반도체 등 첨단 분야에서 초격차 기술 확보가 되면 개도국이든 선진국이든 다 활용할 수 있다. 반도체뿐 아니라 식품 분야, 제조업 등 어떤 분야에서든 초격차를 유지할 수 있게 기업들의 기술 개발 유인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달 한미일 정상회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이번 정상회담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단순히 안보뿐 아니라 과학기술·경제·공급망에 대해 협력을 강화하자는 의미에서 큰 변곡점이 됐다.
지금 상황에서 한미일 안보나 경제에 대한 공조에 우리가 참여하지 못한다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예전처럼 ‘전략적 모호성’으로 접근하는 대신 안보문제는 한미일 공조를 대전제로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선을 분명히 하게 된 것이다.
초격차 측면에서도 한미일 공조는 중요하다. 미국은 설계기술, 일본은 소재기술이 좋고 우리는 생산기술이 좋다. 반도체뿐 아니라 첨단기술에서도 서로 협력하면서 초격차 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하는 등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중국과 미국 중 한쪽의 편을 들어야 한다는 요청을 받을 수 있는데.
△외교안보 측면에서는 흑과 백이 있지만 경제 문제는 ‘윈윈(Win-win)’의 개념이다. 미국 역시 이중용도 외에는 중국에 투자하고 있다. 경제에서는 어느 날은 적이지만 어느 날은 아군이 될 수 있다.
안보에 대해서는 한미일 협력을 전제로 하고, 중국에 대해서는 유럽연합(EU)과 같이 중국을 ‘리스크가 존재하는 경제적 파트너’로 접근하며 어떤 실효성 있는 경제협력을 할지 찾아봐야 한다.
-세계경제 회복에 있어 올해와 내년 가장 큰 리스크는 뭐라고 생각하나.
△전체적으로 미국의 외식이나 관광 등 서비스 수요가 개선하기 시작해서 단기적으로 올해 세계경제는 반짝 회복세가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고물가·고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있고, 중국 경기 둔화가 심해지고 글로벌 정책 공조가 약화하는 것은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 경기도 지금은 굉장히 좋게 보이지만 올해 4분기나 내년 초가 되면 고용시장 미스매치 해소, 금융기관 수익성 양화, 통화긴축 효과 등이 어떻게 작용하느냐에 따라 조금 둔화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 경제의 하반기 전망은.
△최근 한국은 확실히 무역이나 경상수지 흑자가 회복되는 모습이다. 외환시장도 한미 금리차가 큰 데도 안정화하는 모습이고, 대외부분도 리스크가 크지만 개선되는 모습이다.
최근 인공지능(AI) 등 투자가 확대되며 고부가가치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데 이와 함께 메모리반도체 가격도 동반상승할 수 있다. 반도체가 살기 시작하면서 무역수지 적자폭도 줄어들 수 있다.
올해는 지난해에 대한 기저효과로 상반기보다는 적은 수출 감소율을 보일 것이다. 중국 단체관광 여파가 우리에게 얼마나 효과적인지에 따라 서비스수지 적자 부분 개선 가능성이 크다. 또 우리나라에 대한 해외투자가 계속 늘어나면서 본원소득수지 흑자도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하반기에 유럽과 미국, 중국의 경기가 어떻게 될지는 리스크 요인이다. 전기차 수요가 줄어드는 부분도 모니터링해야 한다.
-앞으로 KIEP를 어떻게 끌어갈 건가.
△글로벌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대외협력과 네트워크 수요가 커졌다. 이에 따라 학제적 협력과 네트워크를 강화하기 위해 대외협력부원장과 연구기획부원장으로 2인 부원장 체제를 구축하게 됐다.
기존 KIEP가 무역통상 중심 기관이었다면 앞으로는 지역에 대한 연구를 강화하는 방향이 필요하다. 공적개발원조(ODA)와 공급망도 중요해졌다. 국제거시협력에 대한 인력도 늘리기 위해 세계전망 태스크포스(TF)를 만드는 등 연구 포트폴리오를 바꿀 것이다. 중장기 대외정책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솔루션을 내놓기 위해 노력하겠다.
이시욱 KIEP 원장은…
△1967년생 △연세대 경제학 학사 △파리제9대학교대학원 응용경제학 석사 △미시간대학교대학원 경제학 박사 △전 KIEP 선임연구원 △전 한국국제통상학회 이사 △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전 KDI 국제개발협력센터 소장 △현 KIEP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