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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남성현(64) 산림청장은 산림청에서만 39년을 근무한 공직자로 산림청의 산증인 이자 살아있는 역사로 불린다. 1978년 7급 공채로 산림청에서 공직을 시작한 그는 2017년 국립산림과학원장을 마지막으로 퇴임할 때까지 산림청 임산물유통과장, 기획예산담당관, 산림항공본부장, 남부지방산림청장, 과학원장 등 산림 분야 요직을 두루 거쳤다. 그는 “입사할때부터 청장이 되고 싶다는 욕심과 목표를 갖고 시작했다”면서 “남들보다 더 열심히, 더 많이 배우고 일하면 반드시 청장이 될 수 있다는 각오로 업무에 임했고, 그 결과 조직 내·외부에서 인정받는 공직자가 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남 청장은 “오랫동안 산림과 관련된 업무를 하다보니 산을 바라보는 시선도 변화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산은 자연인 자원이다. 특히 산을 자원으로 접근하기 시작해야 모든 문제가 풀린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국토 면적의 63%가 산이다. 이 산은 돈이 되는 보물산이 돼야 하고,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에 맞는 건강 자산이 돼야 한다”며 “산은 경제적 가치 창출과 함께 휴양, 레저, 치유 등 국민들이 향유할 수 있는 자원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는 “산림에 대한 대대적 규제 완화에 나서야 한다. 현재의 산지이용 체계는 이미 30년 전에 만들어 놓은 것으로 이제는 이 틀 자체를 바꿔줄 때가 됐다”며 “보전할 것은 보전하고, 나머지 산림은 지속 가능한 이용으로의 산림 정책으로 가야 하며, 이것이 바로 글로벌 스탠다드”라고 단언했다. 그는 “산림청은 꼭 지켜야 할 기본적인 규제만 하고, 산에서 먹을거리와 볼거리, 느낄거리, 놀거리를 다 할 수 있도록 법·제도를 바꿔야 한다”며 “독일 등 임업 선진국들이 300년 동안 걸린 산림녹화를 우리는 50년 만에 마친 결과, 우리는 아직도 국제적 트랜드에 뒤처져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대두되고 있는 경제적 가치 창출과 환경보전간 갈등에 관련해서는 “환경단체 관계자들을 설득하기에 앞서 각계각층의 많은 분과 산림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산림은 자연인 동시에 자원이라는 부분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기 시작했고, 이런 토대 위에 환경단체들과 대화에 나선다면 서로의 다른 의견들이 점차 하나로 모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무엇보다 정책의 네이밍도 중요한 시대이다. 우리가 ‘임도’에 대해서는 부정적 견해가 나올 수 있지만 ‘숲길’이라고 하면 사회 구성원 대부분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고 전제한 뒤 “임도, 즉 숲길이 중요한 것은 대형산불이 발생했을 때 방화선 역할은 물론 인력과 장비를 투입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이기 때문이다. 울진 금강소나무숲도 이 임도가 없었다면 지난 울진 산불로 사라질 뻔했다. 숲길은 산불 등 재해로부터의 안전망인 동시에 산림레포츠로 활용되는 중요한 인프라로 이제 전국 곳곳에 확충할 필요가 있다”며 임도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동서트레일도 남 청장이 남부지방산림청장 재임 시절 터득한 노하우가 담겨 있다. 그는 “남부청장 시절 관내 명품 숲길을 만들고, 출발지점에 주차장을 조성했다. 이후 도시민들이 몰려와 1박2일, 2박3일로 숲길을 여행하고, 그 인근에서 숙식을 해결했다. 그 결과, 숲길 인근 마을의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는 성과를 거뒀다”며 “전국의 5개 시·도, 21개 시·군, 87개 읍·면, 239개 마을을 관통하는 동서트레일도 사람과 돈이 몰리는 산림 르네상스 시대의 서막이 될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